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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협력의 육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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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1349419_960_720.jpg» 사진 pixabay.com
"설레며 기다렸던 외출을 한순간 포기해야 했던 무기력한 날들, 이제 노산맘의 추억으로 아련히 올라오네요! 첫 돌 지난 내 아이에게 배신당한 것 같던 그때 그 느낌은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요. 평소 같으면 오전 내내 잠을 푹푹 자는 순둥이가 오후 외출 스케줄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아침부터 까칠하게 변하는 것이 기이했었죠. 잠투정으로 칭얼대고, 이유식 먹이는데도 시간 걸리고 오줌도 더 자주 싸는 것 같고 설사 증세까지... 어떤 날은 기저귀 갈아 주는 동안 애기가 몸에 힘을 주며 울어서 진을 뺀 적도 있구요. 가까스로 외출 준비를 마치면 이래저래 제가 처져있어서,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고 주저앉은 때가 여러 번 있었죠. 지금도 수수께끼입니다. 말도 못하는 어린 아기가 외출 계획을 눈치 채고 그러는 것인가요?" 

아기 키우다보면 이와 비슷한 상황은 가정 뿐 아니라 영유아 현장에서도 자주 겪는 일입니다. 현장 점검이나 특별 행사 준비로 원장과 교사들이 분주해 하는 날이면, 아이들이 심하게 보채거나 심지어 돌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어린 아이일수록 주변 어른들의 '분위기를 탄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입니다. 

어린 아이가 '특별한 날'을 어떻게 알아차리는 것일까요? 
아이는 생존을 위해 어른들의 돌봄을 받습니다. 이때 아이는 어른에게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완전히 자신을 의탁한 상태이며, 돌보는 어른의 내적 자세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됩니다. 특히 영유아의 '몸 전체가 감각 기관'으로써 밖을 향해 활짝 열려있기 때문에 아이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직접적으로 작용합니다. 물리적 환경에 해당하는 여러 요소가 (커튼, 벽지, 가구, 놀이감 등) 중요해 보이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아기를 마주 대하는 성인들(부모와 현장교사)입니다. 그래서 발도르프 영유아교육에서는 '사람이 첫 번째 환경'이라고 합니다.(루돌프 슈타이너,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늘 반복되는 일과로서 재우기, 씻기기, 기저귀 갈이 등과 같은 기본적인 돌봄 과정에서 '환경'에 해당하는 어른의 몫은 무엇 보다 중요합니다. 이때 아이와 '함께'하는 동안 어른은 서두름 없이 행동해야합니다. 이런 내적 안정감을 전제로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와 교감과 소통이 이루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저귀를 갈아줄 때, 우선 어른은 아이에게 다가서서 그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즉, ‘기저귀 갈이’를 말로 알리고 새 기저귀를 보여주면, 말 못하는 어린 아이지만 주어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어른의 다음 행위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기저귀 갈이의 과정에 협조적인 자세로 자기 나름의 '협력'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린 아이와의 소통 방법은 언어적 '대화'뿐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의 비언어적 요소들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일상의 이런 돌봄 과정에서 아이가 보채거나 방어적 자세로 하체에 힘을 주며 '비협조적'이면, 성인은 무엇보다 자신의 현재 내면 상태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바쁜 상황에 놓이면, 흔히 어른의 행동은 민첩해지며 몇 가지 전형적인 특성을 보입니다.(참고: 에미 피클러, 아이와 대화하기)

첫째, 사람의 손놀림과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서두르는 움직임은 공기의 흐름을 다르게 만듭니다. 이런 기류가 아기의 예민한 감각기관에 평소와 다르게 전해집니다. 게다가 아기는 피부에 직접 닿는 분주한 손길을 느끼며 그 분위기를 온몸으로 읽어냅니다. 

둘째, 서두름 속에서 사람의 시선은 피상적입니다. 
말 못하는 어린 아이는 주변 어른들이 평소와 달리 불안정한 시선을 보이면, 그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안정감을 잃게 됩니다. 이런 눈길이 닿을 때마다 아기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셋째, 시간적 압박이 만들어내는 내적 분주함은 호흡의 리듬에 영향을 미칩니다. 
갓난아기가 엄마 냄새를 알아차리듯, 바쁜 어른의 호흡을 아기는 피부로 즉각 느낄 수 있습니다. 빠른 행동에서 나오는 호흡의 불균형이 아이의 안정감을 빼앗아갑니다.  

요컨대 일상의 기본적인 돌봄이 아이 발달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첫 번째 환경으로서 성인은 가능한 서두름 없이 아이를 마주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어린아이일수록 어른의 내적 분위기를 예민하게 읽어내기 때문에 어른 입장에서 무엇보다 시간적 압박을 피해야 합니다. 

이것은 현대인의 바쁜 생활 속에서 질적 육아를 위해 꼭 주의해야할 부분입니다.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주력하는 소위 '안심보육'은 질적 측면에서 제대로 실현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기준들을 새롭게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양육 방식이 훗날 그 사람의 인성을 만드는데 가장 근본적인 토대로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Q. 일반 유치원에서 유아반 교사로서 5년간 근무하다가, 얼마 전 이직하여 영아반을 맡게 되었어요. 유아들은 그런대로 말귀를 알아듣고 정황 파악을 하는데 비해, 겨우 두 돌 지난 꼬마들과의 생활은 생각보다 어렵네요. 말을 해도 못 알아들어서 답답합니다. 밥 먹을 때 딴청 부리고, 기저귀 갈이 시간은 더욱 힘들어요.  
요즘 선배 교사에게서 아이 '존중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아기와 대화하며 최대한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그 실천이 쉽지 않아요. 좋아하는 놀잇감을 쥐어주고 살살 달래며 기저귀를 갈아주면, 가끔은 저를 순순히 따르며 협력해 주기도 합니다. 이따금 성공적이기도 하지만, 실패할 때가 더 많아요. 다른 아이도 돌봐야하는데, 여유를 가지고 한 아이를 무조건 기다려주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말 못하는 아이와 어떤 방법으로 소통해야하나요? 아이의 '협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A. 만2세 미만의 영아와의 소통에서 주요 수단은 언어적 표현 보다 비언어적 요소들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지만, 말소리에 주목하며 동작으로 상황을 파악할 때가 많습니다. 말을 주고받지 못하지만 어린 아이에게 행하는 어른의 돌봄이 '일방적'으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아이를 존중하는 자세로 어른이 행동할 때 아이와의 교감이 일어납니다. 
이를테면 현장 교사는 여러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어도 한 아이에게 기저귀를 갈아줄 때, 행동 전에 반드시 언어적으로 알려야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그것에 자발적으로 주목하고 내적 준비를 하도록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돌봄 상황으로 아이를 빨리 데려오기 위해 놀잇감을 쥐어주는 것은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아이입장에서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벌어진 것이므로 아이의 집중은 분산되기 쉽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아이가 이따금 선생님을 따라주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협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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