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소수만 경험할 수 있던 사진관 진열장 모델의 삶을 이제 누구나 맛볼 수 있게 됐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쓰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진열장 안의 사진모델로 만들 수 있다. 과거 동네사진관처럼 덜렁 사진만 걸어놓는게 아니라, 사진을 어디에서 어떻게 찍었는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상세한 설명을 달아 공유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사진을 올리고 친구들과 공유하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많은 부모들에게 가장 큰 기쁨이자 자랑거리는 어린 자녀다.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이 에스엔에스에 많이 공유되는 이유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 18살 소녀가 부모가 페이스북에 자신의 사진 수백장을 올리고 삭제를 거부했다며 부모를 고소한 일이 보도로 알려졌다. 부모는 페이스북에 딸의 갓난아기 시절부터 사진 500여장을 올려왔는데 딸이 성장한 이후 삭제를 요청했으나 거부했다. 딸이 삭제를 요청한 사진 중에는 벌거벗거나 변기에 앉은 아기 시절 사진들도 있었다. 재판은 11월에 열릴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도 자녀의 동의 없이 에스엔에스에 자녀 사진을 올린 부모를 상대로 자녀들이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사회와 개인마다 프라이버시와 공개에 대한 기준과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에스엔에스에 자녀 사진을 공개하는 것을 일률적으로 좋다 나쁘다 할 수 있는 것은 못 된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사례가 알려주는 것은 자녀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자녀 스스로 자신들의 이미지와 프라이버시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