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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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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야외에서 별보고 잠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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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7시 반, 옥상에 올라갔다

거기에는 3가족이 막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으며, 아이들은 비몽사몽 인사를 한다. 그런데 거기에는 텐트가 없다. 왜냐하면 별보고 잠자기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바닥에는 야외용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요를 깐 다음 이불을 덮었으며, 맨 위에는 대형 비닐을 공용으로 덮고 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표정은 밝고 행복해보였다.  

2016별보고 아침사진.JPG» '별보고 잠자기'체험에 참가한 아빠와 아이들. 사진 권오진.  

이 프로그램의 기획은 한 달 전에 구상했다. 옥상에는 작은 텃밭이 있고, 그 옆에는 30평 정도의 빈 공간이 있다. 어느 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금요일 밤에 도착해서 아침에 끝나는 별보고 잠자기에 대한 상상이었다. 물론 아이들이 잠을 자는 곳은 모두 자신의 집이다. 또한 야외에서 잠을 자려면 텐트를 이용한다. 그러나 옥상이라면 굳이 텐트가 없어도 잘 수 있는 아이디어였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내가 설레였다.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내가 설레면 그 행사는 대부분 좋은 프로그램이 되었다. 처음이라 3가족 참여 공고를 냈더니 금방 마감되었다. 12일의 프로그램은 아빠들에게 자체 해결을 하라고 했고, 나는 그저 장소와 대형 비닐을 제공해주었고, 토요일 아침에 아이들과 삽목(꺾꽂이)을 하기로 했다. 물론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서 텐트를 준비했다.


금요일, 강의를 마치고 밤 10시 반에 도착하니 이미 3가족이 8명으로 왁자지껄하다. 이미 구면인 아이들이라 포옹으로 인사를 했다. 바닥에는 이미 요와 이불이 깔려있고, 곁에는 천체망원경이 놓여있다. 아이들은 이불을 둘둘 말아서 서로 밀치기 놀이를 끝낸 직후였다. 그 후의 프로그램은 김밥놀이, 마시지놀이, 안마놀이, 베게싸움, 베게던지기이며, 마지막으로 일기쓰기란다. 단지, 아쉬운 점이라면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서 잠을 자면서 별을 볼 수 없었다.

20161110_이불싸움.jpg» '별보고 잠자기'체험 중 이불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 권오진.

다음 날 아침, 카레밥을 먹은 후에 텃밭 주위를 걸으면서 아이들과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먼저 풍선덩쿨로 안내했다. 아이들은 대옹대롱 달린 모습이 멋지다고 한다. 그래서 씨앗을 보여주었더니 더욱 감동한다. 씨앗 표면에 하트모양을 봤기 때문이다. 옥상에는 수십마리의 거미가 있다, 대부분 무당거미다. 


무당거미와 호랑거미는 모양이 비슷하지만 차이점은 배에는 붉은 선이 있는 것이 무당거미이며, 무당거미가 결혼할 때가 되면 거미줄이 노란색이 된다고 하며 실제 거미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것을 보더니 ~’하고 아이들보다 아빠들의 탄성이 더욱 크다. 또한 암놈이 숫놈보다 덩치가 서 너 배가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먹이가 없을 경우, 숫놈을 잡아먹는다는 말을 할 때는 인상을 쓰는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거미가 거미줄에서 항상 땅을 보는 것은 시각적으로 새에게 먹이가 아님을 알리는 신호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봄이 되면 그 많던 거미줄이 모두 사라진다. 그 이유는 새들이 둥지를 만들 때, 거미줄을 이용하여 짓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이 부화하고, 새끼가 커지면 집이 점점 좁아진다. 하지만 거미줄을 사용하였기에 둥지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인체공학적인 집이라고 했더니 감탄한다.


이 날 체험은 장미허브를 삽목하기다. 먼저 화분에 상토를 넣은 후에 가위로 장미허브 가지를 45도 방향으로 자른다. 그리고 화분에 심는다. 그리고 마사토를 넣어서 안정감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이름표를 적어서 화분에 꽂았다. 그리고 과꽃을 갖고 싶은 아이에게 꺾어준다고 하니 모두 손을 든다. 지금은 과꽃이 절절이다. 그래서 10송이 정도씩을 꺾어서 모두에게 주었다. 마지막으로 토란캐기와 포도따기를 했다. 토란을 심은 화분을 엎은 다음 손으로 수확을 해서 조금씩 갖고 가게 했다.

20161110_삽목으로심기.jpg» 삽목으로 심은 장미허브. 사진 권오진.

며칠 뒤, 참가한 아빠들과 통화를 했더니 어떤 아이는 화분 만들기가 재미있었다며, 만든 화분은 자신이 관리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며, 다른 어린이는 또 그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저 짧은 12일의 프로그램인데 무엇이 아이들의 마음을 빼앗은 것일까


첫째, 아이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 즐거웠다. 몇 년 전부터 도자기 행사 등 함께 참여해서 아는 사이의 아이들이었다. 심지어 무인도에 함께 갔다 온 아이들도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이웃커뮤니티의 힘이다


둘째, 별보고 잠을 자는 그 자체가 흥미로왔다. 아이들이란 사실, 늘 호기심 천국이다. 그래서 밖에만 나와도 새로운 사물에 관심을 갖는다. 더구나 이불 속에 누워서 별을 본다는 자체가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셋째, 생태체험도 즐거웠다. 930, 이 때는 과꽃이 절정이다. 또한 주위에는 구절초, 삼색패랭이, 안젤로니아, 쿠페, 목화 등 다양한 꽃들이 있어서 꽃에 파묻히는 시기다. 또한 직접 삽목으로 장미허브 화분을 만들었기에 성취감이 생겼다.

201611110_별보고잠자기.jpg» '별보고 잠자기'체험 참가 가족과 함께. 사진 권오진.  

놀이의 정의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놀이는 상상력이다이다 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상상을 하면 세상은 온통 아이들의 놀이터이며, 또한 세상의 모든 놀이는 쉽다. 그런데 많은 아빠들은 놀이가 없다고 말하며, 또는 아내가 아이와 놀아주라고 하면 울리기도 한다


나는 20년 전부터 상상력으로 놀이를 만들어왔다. 국내 최초로 무인도에서 탈출하기프로그램을 만들어서 15년간을 진행했으며, 대관령 양떼목장에서 직접 양털을 깎는 것도 최초이며,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정에 나무를 심고 이름표를 다는 것도 했고, 전국 새총 사격대회도 5년 이상을 진행을 했다


사실, 놀이란 그렇게 거창하지 않으며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아이들과 동네투어놀이를 하면 된다. 그저 아이들과 30, 1시간 동안 집 밖으로 나갔다 오면 된다. 아이들의 눈은 항상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기에 꽃시장, 동네 시장, 수족관, 냇가, 뒷산을 가도 좋아한다. 심지어 6,7,8세의 남자 아이라면 공터에서 10분 동안 공을 차도 환호한다. 나는 내 아이가 미취학일 때, 주말마다 동네의 꽃시장과 수족관을 다녀왔다. 그 결과, 두 아이는 모두 꽃을 좋아하며, 아들은 7개의 어항에 300마리의 물고기를 혼자 키운 적도 있다.


20161101_토란캐기.jpg» 화분 토란에서 토란을 캐고 있는 체험 참가자들. 사진 권오진.나의 상상으로 3가족, 8명이 옥상에서 하늘을 보면서 하룻밤을 보냈다. 윤동주의 시처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 별을 볼 수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이 날의 추억은 아이들에게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감성놀이였으며, 또한 친구들과 함께 했던 이웃커뮤니티 놀이이며 또한 자존감 놀이였다. 이와 같이 아이가 어린 시절에 행복한 놀이를 많이 경험한다면,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다시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행복의 선순환이 될 것이다.

 

20161110_과꽃.jpg» 옥상정원에 핀 과꽃. 사진 권오진.

*과꽃(붉은색과 군청색)과 풍선덩쿨 씨앗이 필요하시면 댓글에 남겨주세요.

두분에게 택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20161110_풍선덩쿨씨앗.jpg» 풍선덩쿨씨앗. 사진 권오진. 

20161110-하트모양풍선덩쿨씨.jpg» 하트모양의 풍선덩쿨씨앗. 사진 권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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