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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아닌 배우로 극에 참여하니 내용 쏙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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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응용연극 프로그램
00503536_20161128.JPG» 21일 경기도 이천 대월초등학교에서 '책과 함께 떠나는 연극여행'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인디언 역할을 맡아 자신들만의 공간을 꾸미고 있다.
‘새를 가진 사람’, ‘무지개 유니콘’, ‘콘서트 가고픈 야생곰’, ‘열정적인 불꽃’, ‘용감한 강아지’.
아이들이 직접 생각해낸 인디언식 이름이다. 인디언들에겐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물에 수식어를 보태 이름을 짓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이름은 자신의 상황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인디언식 이름부터 부족 이름을 짓고, 색색의 깃발이 달린 머리띠를 차며 인디언이 됐다. 실제처럼 부족의 깃발도 만들었고 지낼 공간도 직접 마련했다. 마을 축제 때는 원을 그리며 손을 입에 갖다 대고 “아바바바” 소리를 내거나 부족 회의를 열어 열띠게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11월21일 경기도 이천 대월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참여한 ‘책과 함께 떠나는 연극여행’ 현장이다. 이날 연극은 배우와 관객의 경계가 없었다.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직접 연극 속으로 뛰어들었다. 연극을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시나리오 삼은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연극 시나리오는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과 <서찰을 전하는 아이>를 참고해 만들었다. 각각 실제 존재하는 체로키족의 인디언 아이 ‘작은 나무’와 가족의 삶, 서찰을 통해 한 아이가 동학농민운동 지도자 전봉준의 이야기를 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극을 진행한 김지연 프락시스 대표는 “사전에 선생님들과 면담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주고 그냥 읽으라고 하면 안 읽는다는 걸 알았다. 책을 통해 단순히 지식을 쌓는 걸 떠나서 각자 삶에 영감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했다. 이들은 극에서 배우들이 너무 과장해 연기하면 장난처럼 느낄까 봐 아이들이 직접 연기하며 책의 내용이 마음에 와닿을 수 있게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무대 나와 직접 극 이끌어가며
연극 활용해 교육하는 ‘교육연극’

이천 대월초, 교사·학생 함께 참여
극화한 책 내용 자연스레 이해하며
자신감 길러주는 미션수행도 해

실제 극 속에서 자신들만의 공동체 공간을 이룬 부족의 아이들은 축제 도중 백인들이 보낸 서찰을 받는다. 강제로 데려간 부족의 원로를 다시 찾으려면 땅을 내놓으라는 내용이다. 아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개의 구슬을 모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인디언 할머니에게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들려주고, ‘버려져 혼자 외로워하는 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의 미션을 수행했다. 사전에 자존감 검사를 해 상대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이 이야기한 내용을 극에 반영했다. 자신의 상황과 비슷할 경우 더 공감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몰입하기 때문이다.

활기찬 이미지(?)를 주기 위해 ‘수소결합 폭탄폭발 원자폭탄’으로 이름을 지었다는 박무근군은 “나는 원로가 없으면 살아가는 데 의미가 없으니 원로를 구하고 다른 땅을 다시 찾자고 했다. 하지만 원로를 구하기보다 어렵게 개척한 땅을 지키자는 의견이 많아서 투표로 결정했다. (책은 그냥 읽고 끝나고 마는데) 직접 연극에 참여하니까 내용이 잘 이해됐다”고 했다.

프락시스는 2005년 만든 교육연극연구소다. 노숙자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응용연극을 진행하고 있다. 응용연극은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연극(TIE·theatre in education)으로 불린다. 아이들이 직접 극 속에 들어가 참여하는 등 교육용으로 활용하는 연극을 말한다. 그동안 장애-비장애인 학생의 통합수업과 생활상을 담은 <푸른 고래의 꿈>,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눈을 감은 사람, 눈을 뜬 사람> 등의 공연을 했다.

김 대표는 학교폭력 문제로 한창 떠들썩할 당시 학생들에게 ‘117’ 학교폭력 신고 제도를 알리는 공연을 해달라고 제안받았다. 그때 단순히 제도를 홍보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관객이 되는데 정작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는 소수다.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생각하다 ‘방관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눈을 감은 사람’과 ‘뜬 사람’은 그런 의미다.”

학생들은 연극을 통해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고민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대월초 아이들이 참여한 연극에서 극 속 주인공이 된 자존감 낮은 아이는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약하고 부족한 실제 모습과 달리, 자신감이 넘치는 또다른 자아와 마주칠 기회를 얻은 것이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며 또래 관계가 돈독해지는 효과도 있다.
‘공유 보고 싶은 초딩’이란 이름의 이예찬양은 연극이 끝난 뒤 “같이 집을 짓고 고민을 해결하면서 부족원들과 가족처럼 서로 의지하고 한마음으로 도우며 생활한 거 같다”며 “이런 연극은 처음인데 색다르고 재밌었다. 마지막에도 한마음 한뜻으로 다 같이 지내기 위해 원로를 구하자는 의견으로 모여서 기뻤다”고 했다.

역할극과 놀이를 접목한 연극에는 교사도 직접 참여한다. 이날 담임 이은경 교사와 양재성 교사는 부족의 원로 역을 맡았다. 인디언 옷을 입고 얼굴에 분장을 한 뒤 아이들과 연극을 함께 만들어갔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에 대해 조언하고 활동을 기록하는 역할도 했다. 연극이 끝난 뒤 프락시스는 교사에게 연극에 쓰인 책을 두 권씩 선물했다. 연극을 했던 내용을 음미하며 아이들과 찬찬히 읽어보길 권하는 차원에서다.

양재성 교사는 “연극이 끝난 뒤 학생들이 해당 책을 서로 읽겠다고 해서 순서를 정해야 할 정도”라며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는 연극은 처음이다. 다른 연극 활동에서는 대표로 몇 명만 나와서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런 방식은 소외된 아이들 없이 다 함께 할 수 있고 협력이나 사랑 등의 가치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공연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진행했다. 학교 예산으로 프로젝트성 연극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단순히 발표회를 열거나 공연을 보여주기보다 교육청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글·사진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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