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나라가 혼란스럽다. 현직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포털에는 이미 관련 뉴스가 1만건을 넘어섰다. 기사 댓글과 소셜네트워크에서의 퍼나르기, 그리고 수많은 글은 따라가기조차 숨이 가쁘다.
나라 밖도 혼란스럽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상식을 뛰어넘는 결과였기에 모두가 충격을 넘어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사람들은 비상식적인 결과의 원인을 비상식적인 것에서 찾고 싶어한다.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와 같은 가짜 뉴스가 그런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가짜 뉴스를 전파하는 주범으로 비난받고 있다.
우리는 더 혼란스럽다. 수십억의 사람과 그 이상의 기계가 연결되어 있는 디지털 세상은 플루타르코스가 이야기했던 ‘한번만 소리쳐도 여러 번 메아리치는 일곱 목소리의 주랑’이다. 사실에 주장, 의견, 추정, 상상, 음모들이 더해지고 메아리치면서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어른도 이러한데 아이들은 어떨까. 이 엄청난 정보와 지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현재의 혼란스러움에 더해 너무 빠른 변화로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누구의 도움도 없이 준비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매순간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윤리’, 그리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아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다. 소크라테스는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해답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2천년 후, 디지털 시대를 선도했던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오후를 함께할 수 있다면 내 모든 기술을 줄 수 있다’고 화답했다. 아이들로 하여금 철학하게 하라.
이재포 협동조합 소요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