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 전에는 무조건 책상부터, 방부터 치우는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무엇이든 줄 맞추고, 색깔을 맞춰야 만족했지요. 공책에 글씨를 쓰다가도 한 글자라도 틀리면 아예 찢고 처음부터 다시 쓰곤 했답니다. 깔끔하고 정리정돈된 삶을 사랑하던 소녀가 자라서 결혼을 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습니다. 깔끔함을 사랑하던 소녀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지난주 베이비트리에서는 ‘지저분해서 좋은 집’이라는 글이 가장 인기있었습니다. 6살, 4살 두 딸을 키우는 필자 안정숙씨는 귀촌을 했다가 재작년 시골 삶을 접고 도시 생활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부부는 광주라는 대도시로 거처를 옮기면서 ‘화이트’ ‘모던’ ‘심플’을 콘셉트로 집을 꾸몄습니다. “모두 제자리”라는 말 정도야 아이들이 알아들을 것이라 굳게 믿었던 것이죠.
그의 꿈이 단지 꿈에서나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새하얀 책장과 침대, 옷장과 벽은 금세 크레파스와 사인펜 낙서로 덮였습니다. 바닥에는 온갖 스티커가 장식됐지요. 식탁에 쌓인 빨래 더미와 개수대에 쌓인 설거지통 앞에서 안씨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세월이 약일까요? 그는 여전히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얼마 전부터 자신이 원하는 집이 아니어도 남편과 아이를 원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안씨는 “일부러 둔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니 큰일인 줄 믿었던 것들이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다”고 말합니다. 새해 “지저분하게 대충 살겠습니다”라고 선포한 그를 응원합니다. 깔끔하지만 화내는 엄마보다는 지저분하고 대충 살아도 행복한 엄마가 아이들에게는 좋은 엄마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