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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바닥, 모래 깔까 우레탄 포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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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8407_P_0(1).jpg» 대부분의 놀이터의 바닥은 모래나 흙보다는 고무칩 소재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유지 관리가 쉽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고무칩 소재로 바닥을 만든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다. 박종식 기자
요즘은 놀이터를 새로 만들거나 리모델링할 때 주민 의견을 듣는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 늘 등장하는 논쟁이 있다. 놀이터 바닥을 흙 또는 모래로 할 것이냐 아니면 고무칩 포장으로 할 것이냐 여부다. 선택지가 많으면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둘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 둘의 장단점을 알고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 많은 주민은 고무칩 포장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관리와 유지가 쉽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주변을 둘러보면 고무칩 포장을 한 놀이터가 대부분이고 흙과 모래를 활용한 놀이터는 드물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떤 놀이터 바닥 소재를 좋아할까? 부모들의 이야기도 듣고,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당연히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모래놀이 하는 것을 좋아한다. 부모들도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흙을 만지고 모랫바닥에서 뛰어다니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런데도 정작 놀이터 바닥 소재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는 모랫바닥을 반대한다. 아이들의 옷과 신발에 묻은 흙과 모래가 집 안으로까지 들어오는 것이 싫을 것이다. 또 부모 자신이 놀이터 관리와 유지에 함께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레짐작으로 구청 등 행정기관이 책임져야 할 놀이터 관리의 어려움 등에 대해 되레 걱정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고무칩 포장은 푹신한 소재라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관리하기 쉬워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도 만만치 않다. 놀이터 만드는 비용 가운데 상당 부분은 고무칩 포장을 바닥에 펼쳐 까는 데 지출된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재미를 느끼고 놀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공사 후 지속적인 검사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과거보다 고무칩에 포함된 해로운 물질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쓰는 경화제와 접착제에서는 여전히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이 배출될 여지가 있다. 한여름 고무칩 포장이 된 놀이터 한복판에 서면 코로 전해지는 냄새도 심상치 않다. 고무칩 포장 자체 검사에 머물러서는 곤란하고 공사 후 검사와 관리가 필요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모래나 흙으로 바닥을 깔면 문제가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미끄러졌을 때 화상이나 발목 꺾임에서 모래는 고무칩 포장보다 안전하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고양이나 개들의 쉼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또 아이들이 놀이 기구에서 떨어졌을 때 고무칩 포장보다는 더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그럼에도 천편일률적인 고무칩 포장 놀이터 말고, 흙이나 모래로 마감하는 놀이터 수가 지금보다는 더 늘어나야 한다. 도시에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흙이나 모래와 접촉할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놀이터에서라도 아이들은 대지의 기운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흙이나 모래가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개나 고양이 등의 배설물로 모래 놀이터가 오염되는 게 걱정이라면, 가까이 사는 주민들이 해가 지면 그물이나 방수포로 모래 놀이터를 덮어주는 등 공동체의 관심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 건조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아이들이 잠시라도 휴식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 놀이터의 바닥을 어떻게 무엇으로 채우고 가꿀 것인지 어른들의 사려 깊은 판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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