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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 택배왔습니다”…사립유치원, 교육청 감사 저지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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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유치원 왕국’의 설립자
교육청 감사 담당자에 뇌물시도
안 통하자 국회의원 통해 호통

보수비·교재대 부풀려 53억 꿀꺽
외제차 3대 굴리며 흥청망청

막대한 누리예산 지원 부당 사용
경기도 원장 50명 무더기 기소
전국 91곳 205곳 부당사용 적발

“골드바인데….”


지난해 4월 경기도교육청 감사 담당자에게 ‘택배 왔다’는 택배 기사의 전화가 걸려왔다. “문 앞에 두시죠”라는 감사 담당자의 말에 택배 기사는 당황한 듯 “골드바는 본인이 직접 수령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깜짝 놀란 이 감사 담당자는 “누가 보냈냐”고 물었고 택배 기사는 “ㄱ씨(사립유치원 설립자)가 보냈는데 반드시 본인한테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도교육청은 2015년 9월 국무조정실의 전국 사립유치원 회계 집행에 대한 감사 요구에 따라 같은 해 11월부터 도내 사립유치원 감사를 하고 있었다. 골드바를 보낸 ㄱ 원장은 경기도 내에만 유치원이 여럿 있는 이른바 ‘유치원 왕국’의 설립자로, 감사를 앞둔 상태였다.

사립유치원의 감사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정·관계의 실세들의 감사를 막으려는 로비가 펼쳐졌다. 4선의 한 여당 중진 전 국회의원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전화해 ‘잘 봐달라’고 부탁해왔다. 해당 유치원이 있는 지역구의 야당 의원실 등에서는 ‘어떻게 된 거냐’며 해당 유치원의 감사 내용을 알아보려는 등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해당 의원 등은 전화통화 등의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실의 한 관계자는 “유치원 설립자가 찾아와 감사 중단을 요구하다 안 통하니까 돌아갔는데 곧바로 국회의원실에서 전화가 오더라”고 말했다.

경기도 내 사립유치원은 모두 1092곳. 경기도교육청이 자체 감사팀 외에 시민감사관과 시민감사팀을 투입해 한 달에 2곳씩 감사를 벌여도 전체 유치원의 회계 감사를 끝내려면 20년이 걸린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에 따라 원생 수가 200명 이상인 유치원을 1차 감사 대상으로 국한했다. 이들 유치원은 1곳당 연간 예산이 평균 15억원대로 누리과정 예산으로 연간 8억~9억원을 지원받는다.

원생 수만 700명이 넘는 ㄴ유치원의 감사가 시작되자 이번에는 또 다른 5선 이상의 여당 국회의원이 경기도교육청을 방문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에게 ‘감사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의원실 쪽은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이 교육감을 만난 적은 있지만 그런 부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유치원은 이후 시설 개보수를 부풀려 빼돌린 지원금 4억원을 경기도교육청에 자진 납부했다.

정부 보조금과 학부모 부담금으로 운영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왜 필사적으로 감사 무력화를 시도할까?

올해 전국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는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3조9038억원(2017년 말 기준)을 지원한다. 누리과정 예산은 학부모 부담금과 함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유아들의 교수학습 활동비와 시설비,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의 인건비 등에 쓰여야 한다. 하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지급한 누리과정 지원금이 개인 주머니 돈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다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폐원 또는 정원 감축 같은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의 수사 의뢰를 받은 의정부지검 형사2부(부장 황은영)는 지난달 19일 유아용 교재 판매회사에 교재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이를 다시 빼돌린 유치원 원장 28명과 어린이집 원장 22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 조사에서 이들 원장은 업체에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자신들의 친인척 명의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1인당 3000만원에서 5억원씩 착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전국 9개 광역시·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회계 실태에서도 비리백화점을 떠올릴 만큼 비리들이 드러났다. 부패척결추진단은 전국의 95개 어린이집과 유치원 점검 결과 91곳에서 회계 위반 사례 609건과 부당 사용 금액 205억원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ㄷ유치원 원장의 경우 유치원 회계에서 자신의 두 아들 등록금과 연기 아카데미 수업료 3900만원을 지출하는가 하면 노래방 비용과 개인 차량 할부금, 83차례에 걸친 경조사비도 유치원 회계에서 지출했다. 또 교직원에게 선물을 준다며 유치원 운영비로 250만원 상당의 루이뷔통 가방 등을 사는 등 11억1100만원의 유치원 경비 부당 사용이 드러났다.

골드바를 경기도교육청 감사 담당자에게 보냈던 ㄱ유치원 설립자는 벤츠와 아우디 등 자신의 외제 차량 3대의 보험료 1400만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내는 등 53억원의 회계 부당 집행이 적발됐다. 부패척결추진단은 “학부모 선물로 도자기 구매에 2500만원, 글라스 구입에 3300만원을 썼다는데 이해하기 힘들고 7080 라이브 주점 등 사용처가 의심 가는 금액이 2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수원/홍용덕 기자, 정인환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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