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신학기 앞둔 예비 학부모들
학용품 준비하며 ‘휴대폰 사줄지’ 고민
“등하굣길 안전, 학원 출석 등 확인에 필요”
교사 “한반 25명 중 20명이 가지고 있어”
서울의 한 카페에서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다음달,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회사원 ㅈ(37)씨는 책가방, 공책, 필통 등 아이 학용품을 준비하며, 휴대폰도 같이 살 계획이다. ㅈ씨는 “딸이 학교에서 학교폭력이라도 당할지 걱정이 된다. 어린이집엔 폐회로티브이(CCTV)도 있고 한 반에 몇 명뿐이라 교사가 꼼꼼히 봐줬는데, 학교는 그렇지 않아 불안하다”며 “급할 때 전화라도 할 수 있게 휴대폰을 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 자녀를 둔 회사원 ㄱ(42)씨도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가 2년 전 학교에 입학할 때 휴대폰을 사줬다. ㄱ씨는 “어린이집에선 하루종일 돌봐줬는데, 학교에 입학하면 오전에 수업을 마치니 오후엔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한다. 학원에 잘 갔는지 위치 확인차 매번 아이와 통화해야 해서 휴대폰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애를 돌봐주는 할머니나 베이비시터가 따로 없는 ‘직장맘’들은 특히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휴대폰이 ‘필수템’(필수 아이템)이 됐다”고 했다. ㄱ씨는 7살 셋째가 내년 학교에 입학할 때도 휴대폰을 사줄 계획이다.
새 학기를 앞둔 2월 말, 학령기에 접어드는 자녀를 둔 ‘예비 초1맘’ 사이에 입학과 동시에 구비해야 할 학용품으로 휴대폰이 떠오르고 있다.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우리 아이, 휴대폰 해줘야 할까요” 같은 고민이 게재되고 있다. 특히 아이를 종일 돌볼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은 자녀가 제 시간에 집에 돌아왔는지, 등하굣길에 안전할지 등을 고민하다 휴대폰 구매를 선택하고 있다. 초등 가정학습지 ‘아이스크림 홈런’의 초등학습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전국 초등학생 및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52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휴대폰을 사용하는 초등학생의 비율이 응답자의 85%로 나타났다. 이 중 초등 1학년은 64.4%가 휴대폰을 사용 중이라고 답했으며 사용하는 휴대폰의 종류로는 ‘키즈폰’ 34.6%, ‘스마트폰’ 17.3%, ‘일반 휴대폰’(2G폰) 12.5%순이었다. 키즈폰이란 손목에 차는 시계형으로 비상호출이나 위치확인에 특화된 아동용 휴대폰이다. 휴대폰 사용의 용도를 물으니 ‘부모님과의 연락’(28.1%)이 1위를 차지했다.
초등학교 교사 정아무개(30)씨는 “중산층이 사는 지역의 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한 반에 25명 학생 중 우리 반은 20여명이 휴대폰을 갖고 있었다. 학년 초엔 많지 않았는데 학년 말이 되면서 늘어나는 것을 보면 또래문화의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정씨는 “학부모들은 특히 안전 확인을 위해 사준다”고 덧붙였다. 김형태 깨끗한미디어를위한교사운동 정책위원은 “기능이 단순한 키즈폰을 사주더라도 휴대폰은 게임 등 놀이가 아닌 안전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부모와 아이 사이에 서로 약속하고 이를 지키도록 지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