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 학부모로 겨우 1년 반 경험을 가지고 이 연재를 시작한 지 20회가 되었다. 기라성 같은 대안학교 선배 부모들이 있음에도 초보 학부모로 덜컥 이런 연재를 맡았던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혹 최선을 다해 대안교육을 해 온 분들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글을 쓰기로 했던 것은 이 연재가 대안학교에 대한 전문가의 글이 아니고, 여전히 헷갈리고 어렵고 서툰 대안학교 초보 학부모로서 나 같은 고민을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 작은 안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때는 대안교육을 잘 몰랐었고, 적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내 아이는 일반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이 무너졌을 때 마음고생하며 새로운 길을 찾았고 그 길을 지금도 여전히 서툴게, 가끔은 다시 의심하면서 새롭게 배우고 깨치면서 다니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사람으로서 그동안 내가 써 왔던 글들이 대안교육을 제대로 조명한 것인지 하는 불안감이 늘 있었다. 너무 밝은 면들만 부각한 건 아닌지 하는 염려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대안교육을 선택한 지 1년 반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아쉬움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대안교육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정말 많다. 그럼에도 가장 큰 한계는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교육이란 점이다. 아이엠에프(IMF) 때 생활이 어려워진 부모들은 아이들 학원과 과외 먼저 끊었다. 그러나 집안이 어려워졌다고 다니는 학교를 그만두게 한 부모들은 별로 없다. 무상으로 제공되는 제도권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이처럼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교육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안교육은 다르다. 실제로 즐겁게 다니던 아이들이 부모의 직장이 어려워지면서 아쉽게 학교를 떠나 일반 학교로 전학 가는 예가 종종 있다.
자녀 둘을 대안학교에 보내면서 빚을 내며 살고 있는 친구 부모들도 있다. 이런 현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모두의 선택이 될 수 없는 교육이 과연 진정한 대안일까라는 고민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안학교들이야말로 그 학교가 속한 지역 공동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대안학교들이 별도의 공간에서 소수의 사람들끼리만 더 좋고 올바른 교육과 소통을 누리는 것에 그친다면 ‘가진 자만이 누리는 특수 교육’이라는 사회적인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바른 삶과, 진실된 앎을 추구하는 교육이라면 그런 교육을 선택한 사람들의 삶과 그 학교가 자리하고 있는 지역의 삶도 바뀌어야 한다.
대안교육을 통해 배우고 깨친 지혜들을 지역 공동체 안에 퍼뜨려서, 대안적인 삶의 모습들을 지역 안에서 일구어 내야 하는 책임을 기꺼이 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만 좋은 교육을 받는 것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더 많은 다른 아이들도 품을 수 있고 나아가서 이 사회의 교육의 틀을 조금씩 바꾸어 내는 새로운 힘이 될 때 대안교육은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대안교육은 힘들고 어렵고 특별한 사명이자 운동이었다. 대안교육 선배들은 그런 마음과 각오로 이 사회 속에서 새로운 교육의 길을 내 왔다. 대안교육 첫 세대가 성인이 될 만큼 시간이 흐른 지금 대안교육은 안팎으로 많은 도전과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진실된 배움을 통해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아이에게 더 좋고 매력적인 교육 상품으로 대안교육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대안학교들이 부닥치고 있는 현실이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는 사회 속에서 나날이 다양해지는 학부모들의 욕구들을 어떻게 다루고 변화시키며 함께 성장해야 하는지 대안교육은 쉼 없이 고민하면서 올바른 길을 찾아가야 한다. 돈을 내고 좋은 교육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대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