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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부터…온국민이 투표하는 나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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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18살 이상 선거권·18살 미만은 U-18 모의투표
‘U-18’ 2013년 19만명 참여, 성숙한 정치의식 보여줘
16살 하향 논의도…지방선거는 10개 주가 ‘16살부터’

독일의 어린 학생들이 U-18 투표함을 직접 마련하며 모의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베를린사회교육연구재단(SPI) 제공
독일의 어린 학생들이 U-18 투표함을 직접 마련하며 모의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베를린사회교육연구재단(SPI) 제공

오는 9월24일 열리는 독일 총선(연방의회 선거)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4선 연임 여부가 판가름나는 선거다. 올해 가장 중요한 유럽 선거인 독일 총선에선 한 살 아기부터 노인까지 사실상 국민 전체가 투표하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만 18살 이상은 정식 선거권(투표할 권리)을 갖고 투표하고, 18살 미만은 ‘U-18 총선 모의투표’(이하 U-18 투표. U는 아래란 뜻의 Unter)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다. 올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권을 만 19살에서 18살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다시 일었지만 정치권에서 논의가 막힌 한국과 대조적이다.

독일 사회가 청소년의 정치참여 확대에 얼마나 힘을 쏟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U18 투표’다. 국적과 상관없이 독일에 사는 18살 미만 누구나 총선 9일 전인 9월15일 전국 투표소에서 실제 선거와 똑같은 용지에 모의투표를 할 수 있다. 18살부터 가능한 연방의회 선거에서 배제된 17살 이하 어린이·청소년들이 정치적 견해를 스스로 결정하고 투표 과정을 경험하게 하려는 것이다.

독일의 독특한 정치교육 가운데 하나인 ‘U18 투표’는 한 청소년클럽 주도로 1996년 베를린의 모의투표소 한 곳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금은 지방선거, 연방의회 선거 때마다 실제 선거 9일 전에 ‘U18 투표’가 먼저 진행된다. 청소년·청년단체들이 모인 ‘U18 네트워크’가 전국의 자원봉사자들과 이 투표를 진행한다. 내무부 산하 연방정치교육원과 연방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지역별 주정부, 청소년 단체 등이 재정을 후원한다.

모의투표소 설치가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것도 흥미롭다. 누구나 자기 동네에 투표함을 갖춘 투표소를 창의적으로 디자인해 설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학생들이 자기 학교 앞에 설치하거나,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동네 공원에 투표소를 마련할 수 있다. 이미 지난 2월20일부터 ‘U18 모의투표소’를 설치할 사람과 단체의 자발적 신청을 받고 있다. 투표소는 길거리, 광장, 공원, 도서관, 수영장, 스포츠클럽, 학교, 청소년 시설 등 다양한 곳에 설치된다. 투표 전에 청소년들은 정치인들을 초청해 선거 쟁점과 견해를 듣는 인터넷 방송도 진행한다.

참여율도 높다. 2013년 총선 ‘U18 투표’에선 전국 1525개 투표소에서 19만8천여명이 투표했다. 당시 부모의 손을 잡고 나와 ‘투표 놀이’를 경험한 1~5살 투표자가 188명이었고, 6~10살은 1만2천여명, 11~15살은 9만2천여명에 달했다.

모의투표 당일 공개되는 결과는 청소년들이 정치적 극단주의에 쉽게 휩쓸린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2013년 총선 ‘U18 투표’에서 참여자들은 극우 정당인 국가민주당(NPD·3.23%), 반유럽연합·반이슬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1.46%)을 외면했다. 이들 당은 당시 모의투표에서 독일 의회 진출을 위한 최소 득표율(5% 이상)도 얻지 못했다.

‘U18 투표’를 지원하는 단체 가운데 하나인 베를린사회교육연구재단(SPI)의 공보담당자인 카린 브레머는 “이 투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정당의 차이와 정치를 이해하고,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기회를 갖게 하려는 것이다. 이 투표를 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인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선 아예 모의투표에 그치지 말고 연방의회 선거권 연령을 지방선거(주의회 또는 구의회 선거 등)처럼 16살로 낮추자는 요구가 제기된다. 현재 독일은 지방선거에선 16개 주 가운데 10개 주에서 만 16살부터 투표가 가능하다. 1996년 니더작센주가 ‘지방선거 16살 선거권’을 처음 부여한 뒤 베를린(구의회 선거) 등으로 확산됐다. 사회민주당·녹색당·좌파당은 ‘16살 선거권’을 연방의회 선거까지 확대하자고 요구하는 정당들이다. “더 오래 삶을 이어갈 세대가 정치적 미래를 결정하는 주체로 참여해야 하며, 16~17살도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충분히 내릴 수 있다”고 이들 당은 주장한다. 집권당인 기독민주당은 정치적 미성숙 등을 이유로 아직 선거권 연령 변화에 소극적이다.

선거 연령 인하 논의가 지체된 한국과 달리 독일은 이미 47년 전인 1970년에 헌법을 고쳐 연방의회 선거권 연령을 21살에서 18살로 낮췄다.

독일의 어린 학생들이 U-18 투표함을 직접 마련하며 모의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베를린사회교육연구재단(SPI) 제공
독일의 어린 학생들이 U-18 투표함을 직접 마련하며 모의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베를린사회교육연구재단(SPI) 제공

베를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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