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아마존이 제작한 인공지능 비서 에코를 선물하는 일이 낯설지 않다. 이전에는 자녀가 원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최신 기술을 활용한 하드웨어를 사주는 일이 드물었으니 ‘알파고 쇼크’ 이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이 삶의 중심에 들어온 것이다. 교육 환경은 발빠르게 바뀌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2019년부터 17시간, 중학교에서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34시간 이상 실시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당위성이 높아졌다. 초중학생 대상 프로그래밍 강좌도 곳곳에서 개설되었다. 인공지능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생각의 혁신이 진행 중이다.
왜 부모들이 인공지능 비서 에코를 자녀에게 선물하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기술의 변화를 이해시키기보다는 흥미 유발을 통한 영어 학습 목적에서일 것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이나 인공지능 기기 선물도 결론은 수학과 영어, 그리고 입시인 셈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장을 마련해서 몇차례 초등학생 대상 과정을 진행해봤던 전직 프로그래머는 이렇게 문제점을 지적한다. “지금의 프로그램 교육의 지향점을 모르겠다. 개발이 본질이 아닌 수학적 접근이 우선이다. 그나마 교육열이 강한 지역의 부모들만 관심이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짜놓은 프로그램을 아이들은 실행시켜볼 뿐이다.” 부모들의 머릿속은 여전히 기승전‘입’(입시)이다.
도야마 겐타로 박사는 책 <기술중독사회>에서 “현대사회의 교육에는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만한 체계가 부족하다. 우리는 어릴 적 생물수업 시간에 우리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배우고, 윤리수업 시간에는 정부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배운다. 하지만 컴퓨터수업 때에는 컴퓨터를 어떻게 쓰는지만 배우지 컴퓨터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배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많은 것이 바뀌고 있는 지금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가 어떠한 범위에까지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 없이 결국 영어·수학 위주 입시로 귀결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