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별 보육공약 비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대형 단설유치원 설립 자제’ 발언을 계기로 각 대선 후보자들의 보육 관련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유아를 둔 부모들의 관심 사안이어서 새로운 정책 이슈로 떠오를 조짐이다. <한겨레>가 12일 각 대선 후보 캠프로부터 관련 공약을 받아 비교해 보니, 대부분 후보들은 보육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쪽에 방점을 두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해온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에스케이(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유치원 총연합회 사립유치원 교육자대회에 참석해 자신의 교육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앞세웠다. 심상정 후보는 전국 어린이집 이용 아동 가운데 12.1%에 머물고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했고, 문재인 후보는 이를 4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목표 수치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을 크게 늘리겠다는 방향에서는 일치한다.
안철수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중을 20%까지 늘리되, 장기적으로는 학제를 개편해 의무교육을 만 3살부터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어린이집 수요를 의무교육제도 안으로 끌어당기겠다는 것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확대에 부정적이다. 대신 민간이 운영하면서 국가가 운영비·인건비 등만 지원하는 공공형 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각 후보의 보육 공약에 대해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박근혜 정부가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쳤지만 그 와중에도 부모들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선호했다. 이제라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에 정책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책임 보육의 인프라 확대와 더불어 아동 대비 보육교사 비율 확대, 보육교사의 노동시간 감축 및 처우 개선, 어린이집 관리·감독 강화 등 보육의 질을 높이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해왔다. 이와 관련해선 주요 후보의 입장이 대동소이하다. 문재인 후보는 보조교사 및 대체교사를 확대하여 보육교사 8시간 노동제를 도입하고, 국가가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표준보육비용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현실화하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 역시 보육교사의 임금을 인상하고 8시간 노동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런 공약을 구현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있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국공립 어린이집 시설 확충에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방안을 환영할 만하지만, 보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안은 없다. 다른 후보들은 아예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안이 없다”고 평가했다.
각 후보들이 영유아 관련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미화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 본부장은 “각 후보들이 다양한 형태의 어린이집의 관리·감독을 어떻게 강화할지 등 유아교육 및 보육 체제 개편에 대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국공립 유치원의 양적 확대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다른 정책에 비해) 영유아 관련 정책을 소홀히 다루면서 빚어진 일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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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