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베이비트리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4145

놀이가 최고의 훈육

$
0
0

나는 두 아이가 있다. 큰 아이는 26살이고 직장에 다닌다. 막내는 22살, 이제 보름이 지나면 군대에 간다. 나는 아이들을 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키웠다. 아이들이 유아 시절, 떼를 쓰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무엇을 던지거나 혹은 친구들과 싸움을 하는 경우도 없었다. 사교육도 동년배에 비하여 현저히 적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소질과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려고 노력했다. 딸은 졸업 6개월 전에 대기업에 입사를 했고,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한다.

 

두 아이를 키우며 즐거운 기억이 많은 이유는 바로 수많은 놀이를 하며 키웠기 때문이다. 또 아이와의 관계가 좋았던 이유도 놀이 때문이다.

 

요즘 엄마들의 고민도 들어보고, 주변에서 엄마들이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유심히 관찰해본다. 이런 과정 속에서 내가 문제점으로 느낀 것은 엄마들의 훈육 하는 태도다. 엄마들이 훈육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단어는 바로 ‘하지마’이다. 아이가 무엇을 만지면, ‘하지마’, 어디로 달려가면 ‘가지마’ 등을 사용한다. 마치 미다스의 손처럼 `하지마'를 남용한다. 그리고 아이 행동의 중단을 요청하기 위해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봤다. 물론 위의 ‘하지마’ 와 혼용해서 사용한다. 혼을 자주내는 엄마도 많다.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4살 정도 된 아이를 혼내는 것도 봤다. 때리는 엄마도 있다. 그동안의 통계를 보면 약 20~30%의 부모가 체벌을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법으로 훈육을 하지만 효과는 별로 없고,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결국, 위와 같은 방법에서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SBS '우아달‘은 문제 아이들을 개선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출연한 아이들을 살펴보면, 동생을 때리는 아이, 물건을 마구 던지는 아이, 폭력적인 아이, 욕을 하는 아이, 껌딱지 아이 등등 그 분야에서 공히 최강이다. 물론 방송되는 시간은 40분 정도이지만 보고 나면 아이들이 개선됨을 알 수 있다. 물론 시청자들은 짧은 시간 동안에 아이가 어떻게 개선이 되었을까라고 의구심이 들지만 실제로 효과가 확실하다. 


사실 방송국에서는 한 아이의 개선을 위하여 1달 반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며, 그 기간 동안에 몇 명의 전문가 선생님도 참여한다. 역시 아이들의 문제는 각양각색이지만 해결하는 솔루션은 단순하다. 바로 아이와의 교감과 상호작용을 해결의 모멘텀으로 사용한다. 모든 부모들은 내 아이를 사랑하고, 훌륭한 아이가 되기를 바라면서 키우지만 사실 교감과 상호작용이 무엇인지 또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하여 정확히 알지 못한다. 훈육에도 적용하지 못한다. 그 결과, 부모와 아이 사이에 소통이 단절되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오히려 아이의 문제는 점점 커지게 된다. 그 원인을 보면 부모로서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인 우월감을 통하여 아이를 통제하기에 훈육이 아니라 명령과 지시, 강요, 협박이 된다. 결과적으로 교감과 상호작용의 결핍이 원인이 된다.

 

나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마'라는 말을 자주 쓰지 않았다. 그런 방식의 훈육법을 사용하는 대신 많이 놀아주었다. 딸이 3살부터 본격적으로 놀아주기 시작했고, 수많은 놀이를 하다보니 5000가지의 놀이 자료가 생겼다. 결국 놀이가 최고의 훈육이었다. 그 이유는 놀이의 속성을 살펴보면 그 자체로 ‘교감’이며 ‘상호작용’을 모토로 한다. 위의 두 가지가 발생하지 않으면 놀이가 아니다. 또한 이것은 수평적인 관계를 기본으로 하기에 소통이 저절로 활성화가 된다. 


내가 훈육을 한 경우는 딱 한 가지이다. 만일 딸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아내가 나에게 말하면 기억을 해둔다. 그리고 매달 서점놀이에서 훈육을 한다. 1시간 동안의 서점 놀이에서 책을 사준 후에 두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간다. 그리고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때 한 마디를 한다. “딸아, 엄마는 네가 무엇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 딸은 “아빠, 알았어요. 다음에는 잘할게요”라고 말한다. 이게 끝이다. 훈육이라고 근엄한 얼굴로 하지 않았으며, 혼을 내거나, 큰 소리를 치거나 혹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아빠의 말을 기분좋게 수용했다. 


그렇다. 훈육이란 단지 올바른 메시지를 아이에게 전달 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 전제 조건이 있다. 아이와의 관계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사람 마음의 속성을 살펴보면, 우리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하면 싫어하는 사람의 말을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놀이의 속성은 교감과 상호작용이 다량 발생하는 사랑이었으며, 가정의 행복을 만드는 원천동력이었다. 결국, 나의 양육방식은 놀이가 중심이므로 아이가 늘 행복했기에, 굳이 훈육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아빠학교의 회원들의 훈육의 성공 사례를 가끔 듣곤 한다. 태성주 아빠는 아빠학교 5년 차이며, 초등학교 3학년인 태성이와 최근 소통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땅따먹기를 알려주었더니 가족이 그 놀이 함께하면서부터 소통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1학년인 주아는 전지가 없자 주말 새벽에 일어나서 A4용지 9장을 테이프로 붙여서 땅따먹기를 하자며 아빠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리고 4절 크기에 ‘아빠와 놀러가고 싶은 곳’을 알려주었다. 이것은 아이가 놀러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이 곳에 무한대로 적는 놀이다. 이것을 거실에다 붙여놓았다. 그리고 아들에게 이 놀이법을 알려주었더니 며칠 전, 전화가 와서 민속촌에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단다. 그래서 주말에 아빠와 상의를 하자고 했단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훈육 방법은 좋지 않다. 아빠가 퇴근 후에 아이를 부른다. 그리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며 속마음을 이야기를 하라고 채근한다. 그리고 아이는 말을 하지 않으며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20170518_태성주아빠제공.JPG» 사진 태정주 아빠 제공.

도윤 희윤 아빠는 아빠학교 7년차이다. 2살과 4살의 아들을 두고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큰 아이가 동생을 때리거나, 물건을 뺏거나, 꼬집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부분의 큰 아이는 후천적인 사랑결핍증이 생긴다. 그러나 형이 동생을 항상 예뻐하고 잘 챙겨준다. 이것은 기적과도 같다. 그런데 도윤 아빠의 과거를 보면 총각 시절인 2010년부터 아빠학교에서 활동을 했다. 그리고 아이와 놀아주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고, 큰 아이와 많이 놀아주니 저절로 동생을 보살펴주는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20170518_도윤희윤아빠.jpg» 사진 도윤 희윤 아빠 제공.


신이 아빠는 아빠학교 5년째이며 아들이 6학년이다. 저학년 때에는 주말이 되면 아이와 도서관에 자주 가더니 고학년이 되면서 부자가 영화를 자주 보러간다. 영화를 통하여 감정을 공유하고, 추억을 함께 만든다. 그러다보니 사춘기가 되었어도 아빠를 너무 좋아한다. 그러면 가장 큰 보너스가 기다린다. 바로 아이가 큰 사춘기앓이 없이 사춘기를 보낸다는 점이다. 나도 요즘 22살 아들과 놀이를 한다. 일명 원격놀이다. 올 봄부터 아들에게 자동차 키를 주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운전이 서툴다는 명분으로 출발과 도착 시, 아빠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아들은 동의했다. 그래서 아들이 자주 전화가 걸려온다. ‘아빠, 저 자동차 사용합니다’ ‘아빠, 저 집에 도착했어요’라고 한다. 나는 그저 ‘알았다’ 혹은 ‘수고했다’는 말을 한다.

 

관념적으로 아이들에게 부모의 훈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훈육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감과 상호작용인데, 놀이의 속성이 바로 그것이다. 훈육보다 놀이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면 훈육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아이들이란 놀이를 통하여 성장하고, 세상을 배우며 인성이 형성되고 발달한다. 또한 아빠와 놀이 시간이 많다면 아빠의 일거수일투족을 벤치마킹을 하면서 아빠의 노하우까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놀이가 곧 최고의 훈육이다.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4145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