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해문의 놀이터 뒤집어보기
지난 5월15일 ‘미세먼지 바로 알기 교실’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5학년 김지연 학생이 했던 말은 흘려 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서 놀 수도 없고 그러니까 실내에서 놀 수 있는 것들 좀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은 이랬다. “미세먼지 농도가 어느 정도 기준을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야외활동이나 실외 수업을 하지 않고 교실 안에서 수업을 하도록 그렇게 방침을 정하는 겁니다.” 더불어 교실 내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 그리고 간이체육관 건립 등도 이야기했다.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나 어린이 이야기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어린이는 공기청정기나 미세먼지 측정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밖은 비록 미세먼지가 많아도 안에서 놀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절절히 외친 것이다.
이보다 한 달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미세먼지 종합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미세먼지가 보통인 경우라도 야외 수업을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으로 보면 우리의 ‘보통’이 ‘주의나 심각’ 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조처이다. 이 뉴스를 보면서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오는구나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몇 년 전 쓴 책에서 앞으로 10~20년 안에 한국의 많은 바깥 놀이터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감히 예단했다. 그 까닭은 앞서 나온 미세먼지, 자외선, 산성비, 저출산 같은 변화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절이 이렇게 빨리 들이닥치니 황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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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공식적으로 어린이에게 밖에 나가지 말라는 선언을 하는 단계에 우리 사회가 도달했다. 어린이의 놀이를 위축시키거나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 출구를 찾아 부모와 교사와 지혜를 모으며 살아왔는데 난데없는 상황과 정면으로 맞닥뜨린 셈이다.
지난해부터 경기도 시흥시 보건소와 시민과 어린이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공공형 어린이 실내 놀이공간’ 논의와 워크숍을 해왔다. 지난달에는 ‘맘&아이 플레이센터’(가칭)란 이름으로 공공형 어린이 실내놀이터 기본설계 설명회를 열었다.
이 일은 크게 세 가지 진단에서 출발한다. 첫째, 도시 한복판에 더는 어린이가 놀 공간 마련이 어렵다. 둘째, 어린이가 밖에서 놀 수 있는 날이 급격히 줄고 있다. 셋째, 상업적 실내 놀이터의 이용 부담이 너무 커 생기는 어린이 놀이 기회의 불평등이 심각하다.
이제 교육청도 지자체도 정부도 기후와 환경변화에 따른 유엔이 요구하는 ‘어린이 놀 권리 권고’에 대한 출구를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날씨가 좋은 날은 당연히 밖에서 놀아야 한다. 하지만 미세먼지와 같은 강력한 외부 활동 제한 요인이 발생해도 어린이는 놀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린이가 산다. 실내 놀이터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것을 공공의 영역에서 자임해야 한다. 무상의 구립, 군립, 시립, 도립 ‘공공형 어린이 실내 놀이터’ 만들기를 논의하는 자리도 곧 마련하려고 한다. 앞으로 10년 안에 대다수 공공기관이 ‘공공형 어린이 실내 놀이터’를 의무적으로 갖추기를 바란다. 어린이들이 날씨가 좋고 나쁨에 구애받지 않고 안과 밖에서 뛰어놀 수 있게 준비하자. <끝>
편해문 놀이터 비평가 hm1969@hanmail.net
* 그동안 편해문 선생님의 `놀이터 뒤집어보기'칼럼을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글을 끝으로 편해문 선생님의 놀이터 비평 칼럼을 종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