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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건강에 좋은 게 따로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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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817706_P_0.JPG»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여성환경연대 주최로 열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정부에 일회용 생리대 허가 기준과 각종 유해 화학물질 조사를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신문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7년 8월 여름, 우리는 건강에 대한 충격적인 뉴스들(살충제 계란, 여성 생리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유해성분 생리대 뉴스)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가슴 한구석에 품게 된다. 넘쳐나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 우리 몸의 건강에 대한 올바른 정보의 옥석을 가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인지, 여성의학센터에 진료를 받기 위해서 온 여성 환자들에게 치료내용 외에도 여러 질문들을 많이 받게 된다.

“자궁에 좋은 것은 무엇인가요?”, “난소 기능을 좋게 하는 음식은 뭔가요?”와 같은 질문에서부터 “어떤 제품, 음식이 자궁에 좋다든데?”와 같은 질문들을 던지며, TV 프로그램 중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했던 패널을 쳐다보듯이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딱 떨어지는 명쾌한 답변을 기다리며 쳐다보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명확하게 ‘팩트체크’를 해서 정답을 간결하게 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실적으로 필자가 전문 의료진으로 줄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답은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뻔한’ 답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음식 섭취를 골고루 하며, 잠을 일찍 자고, 운동을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하는 게 여성 건강을 지키는 길입니다.” 이런 유치원에서 배웠을 법한 사소하게 느껴지는 생습관에 관한 원칙이 수 천 년간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라는 사실임을 강조하고 싶어진다. 물론 우리는 항상 새로운 약, 새로운 방법이 우리를 더 건강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에 빠지지만 말이다. 

최근 의사협회에서 국민 100세 건강을 위한 10대 건강수칙으로 ‘국민건강십계명’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1) 금연하기, 2) 절주하기, 3) 균형식하기, 4) 적절한 신체 운동하기, 5) 규칙적 수면 취하기, 6) 긍정적 사고방식 갖기, 7) 정기적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챙기기, 8) 스트레스 관리하기, 9) 미세먼지, 신종 감염에 대해 관심 갖기, 10) 모바일 기기와 거리두기 총 10가지 항목이다. 

모든 항목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약이나 음식을 먹기를 강조하기 보다는 이러한 건강수칙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에 동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한의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건강 수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언제부터일까? 무려 2천년 전에 이와 비슷한 건강수칙을 제시한 책이 있다. 바로 《황제내경》이다. 현재 유네스코 기록문화 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한의학 이론의 바이블이라고 여겨지는 이책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다. 

《황제내경》이라는 책은 필자가 한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때부터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많이 외우는 시험을 봤었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하는 문구가 있다. “以酒爲醬....”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이다. 이 책에서도 백세까지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 (그 책이 쓰여질 당시의 2천여년 전) 지금 사람들은 ‘술을 물 마시 듯 하며, 취한 상태에서 성생활을 하고, 정을 소모하여 진기를 상하고, 일상생활에서 절도가 없기 때문에 50살만 되면 동작이 느려지고, 쇠약해진다. 하지만, 상고시대 옛 선인들은 사는 이치에 잘 순응하고, 몸을 단련하는 방법에 능숙하며, 음식을 절도 있게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100살이 넘어도 동작이 더뎌지지 않는다’ 라고 답한다. 

이 문장 내용이 2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강하게 뒷통수를 죽비로 맞은 듯하였다. 결국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비결에 대한 인식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생활이 바뀐 것 같지만, 그 사람 살아가는 이치는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오래 건강하게 사는 비결은 특별한 것이 있는 것보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잘 지키는 것일 수 있다. 건강에 대해서 특별함이 있을 것 같은 비결들은 시대적 유행에 따라서 변화했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기본 원칙들은 수 천 년간 변하지 않고 강조되어야 하고, 또 우리가 지켜야 하는 원칙인 것이다. 
 
04512152_P_0.JPG» 건강식. 한겨레 자료 사진. 사진 박미향 기자.
남성과 다른 여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원칙도 어떻게 보면 한의학에서 수 천 년 간 강조한 원칙이 그대로 유지된다. 단순하게 자궁이나 난소와 같은 여성 생식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음식이나 방법을 통해서 여성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몸의 모든 건강은 오장육부의 기본적인 조화에 있는 것처럼, 여성 질환의 원인을 오장육부의 불균형 이상, 순환 정체 등의 원인으로 보았다.

결국, 오장육부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여성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성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단편적인 정보의 제공이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 대한 (건강 십계명과 같은) 철학(삶의 태도, 원칙)을 수용하고, 그 철학을 실천할 때 완성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철학적인 기준으로 수 천 년 전부터 축적되어왔던 한의학도 매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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