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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는 더이상 이곳에 오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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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말라가는 새만금 갯벌
사라져가는 소중한 생명들
비극의 현장 담은 사진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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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갯벌 새만금
우현옥 글, 최영진 사진/미래아이·1만5000원

“세 번째로 널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어. 바다 가운데 척척 몰망이 쌓이더니 요란한 기계 소리가 온 갯벌을 뒤흔들었어. 매캐한 시멘트 냄새가 진동하고 높다란 콘크리트 둑이 생겼지. 방조제를 쌓아 갯벌로 들어오는 바닷물을 막은 거야.(중략) 이곳은 더 이상 머물 수 없는 곳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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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은 전북 군산시와 부안군 사이의 갯벌을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로 막아 만든 땅을 일컫는다. ‘단군 이래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대표적인 토목 사업이다. 만경강의 만(萬)자와 김제의 금(金)자를 따서 금이 만만큼 있는 새로운 땅이라는 의미를 ‘새만금’에 담았다고 한다. 하지만 2006년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한 뒤 10여년이 지난 지금, ‘새만금’이라는 이름은 빛이 바랬다. 장밋빛 구호가 넘쳐났던 개발사업은 지지부진하다. 대신 생명이 가득했던 갯벌은 계속 메말라 갔다. 인간이 아닌 원래 주인들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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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갯벌 새만금>은 갯벌이 황량한 땅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15년 동안 담아온 최영진 사진작가의 사진에 글을 덧붙여 만든 환경 그림책, 아니 환경 사진책이다.

이 책은 새만금에 살고 있는 잊힌 존재들을 다시 불러와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 가을에 새만금을 찾는 나그네새인 넓적부리도요를 기다리는 어떤 새, ‘나’의 시선으로 “여기 우리가 있다”고 독자들에게 소리친다. 넓적부리도요는 세계 3대 멸종 위기 새로 새만금 갯벌은 그들이 무리 지어 쉬어가는 중요한 중간기착지다.

최영진 사진작가
최영진 사진작가

‘나’는 멀리 떠났던 친구 도요새를 “애타게 기다리다가도 네가 오면 어떡하나” 전전긍긍한다. 떼죽음을 당한 조개들과 배를 허옇게 드러내며 죽어 가는 물고기들, 그만큼 을씨년스러운 새만금을 보며, 친구를 보고 싶지만 친구에게 해가 될까 걱정하는 마음이다.

사진 그 자체로도 생태계의 가치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글은 쓸쓸하고 황량한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하얀 눈밭에 동그마니 꽂혀 있는 덤장(물고기가 다니는 길목에 막대를 박아 그물을 울타리처럼 쳐 두고 물고기를 원통 안으로 몰아넣어 잡는 그물)으로 과거에 새만금 일대가 바다였음을 짐작게 하는 사진이나, 포클레인과 새들이 공존하는 기묘한 풍경을 넘기다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최영진 사진작가
최영진 사진작가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친구인 도요새를 기다린다. 하지만 도요새를 다시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다시 겁쟁이가 되었어./ 너를 다시 볼 수 없을까봐/ 내가 여기서 널 기다리지 못할까봐/ 내가 떠난 뒤에 네가 올까봐 겁이 나.”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며, 갯벌과 그곳에 사는 존재들에 대해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겠다. 5~10살.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사진 미래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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