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거인과 가장 큰 난쟁이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롤랑 퓌엔테스 글, 권지현 옮김
/머스트비·1만2000원
단발머리에 빨간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사랑스러운 여자. 이 여자의 손바닥에는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작은 남자가 놓여 있다. 여자는 한 손에 꽃을 들었고, 남자와 조금 더 가까이에서 대화를 하고 싶은지 남자가 놓인 손바닥을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여자 손바닥에 누워 활짝 웃고 있다. <가장 작은 거인과 가장 큰 난쟁이>는 제목과 표지 그림만으로도 눈길을 확 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여자는 사실 ‘난쟁이’고, 이 남자는 ‘거인’이다. 이 책에서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난쟁이 나라의 ‘가장 큰 난쟁이’ 미몰레트와 거인 나라의 ‘가장 작은 거인’ 가르강통의 사랑 이야기다. 각자의 나라에서 둘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가 됐다. 가르강통과 미몰레트는 항상 혼자서 놀고 속상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친구가 없어 외로웠던 둘은 다른 나라에 가보기로 한다. 가르강통은 난쟁이 왕국에 가서, 난쟁이 미몰레트는 거인 왕국에 가서 “여기서 살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난쟁이 왕국도, 거인 왕국도 두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난쟁이가 아무리 커도 거인은 아니지.” “거인이 아무리 작아도 난쟁이는 아니지.”
각자의 나라에서 왕따당한
큰 난쟁이와 작은 거인
서로 아픔 보듬고 행복 찾아떠나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우리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어떻게 차별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외모, 인종, 국적, 종교, 성별 등의 잣대를 들이대 우리는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고 차별한다. 또 그들에게 냉정한 말을 내뱉고 상처를 준다. 난쟁이라는 딱지를 떼는 순간 미몰레트는 거인 왕국의 거인들과 다르지 않고, 거인이라는 딱지만 떼면 가르강통도 난쟁이들과 다름없는 존재인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차별과 편견이 왜 나쁜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가 왜 중요한지 주저리주저리 아이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 그림책 한 권을 읽어주면 그 이유를 보고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철저하게 배제되고 상처받은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난다는 설정에 있다. 차별과 배제, 상처에 굴하지 않은 두 사람은 그저 혼자서 울고 있거나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지 않는다. 나와 비슷한 아픔이 있는 이를 만나 함께 울고 이야기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끝에 ‘난쟁이’나 ‘거인’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 어느 마을을 발견한다. 그 마을 사람들은 그저 가르강통은 가르강통으로, 미몰레트는 미몰레트로 받아들여준다. 그 순간, 마음 한켠에서 그동안 자주 잊고 지낸 오랜 진리가 뭉게뭉게 피어난다. 누구나 자기 자신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재미와 교훈, 선명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까지 풍성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 7살 이상부터.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