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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꾼은 뻥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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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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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이오 뻥
김리리 지음, 오정택 그림/문학동네 (2011)

아이를 키우는 동안 부모는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낸다. 자신을 위한 독서도 못하는데 어린이책을 읽을 시간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부모가 되는 시간은 특별하다. 아이와 함께 어린이책을 읽으면 부모가 성장하는 만큼 아이가 성장한다. 모든 특별한 순간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것이다.

얼마 전 ‘저학년 동화를 읽는 엄마’ 모임이 올 한해 읽은 책을 구경한 적이 있다. 독서모임이야 흔하지만 굳이 ‘저학년 동화’를 읽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특별한 시간을 준비하겠다는 뜻이었다. 어릴 때는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주지만 초등학생이 되면 혼자 읽을 수 있으니 아이가 읽는 책에서 관심을 거둔다. 문제는 그 사이 아이들이 책과 담을 쌓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저학년이 즐길 만한 동화를 아이와 함께 읽자는 생각에서 모임을 꾸렸다고 했다.

초등 저학년은 독서인생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지금껏 부모가 읽어주었다면 이제부터는 혼자 읽어야 한다. ‘읽는다는 것’은 ‘보는 것’과 다르다. 읽기는 보기와 견줄 수 없을 만큼 귀찮은 일이다. 논리적이고 선형적으로 쓰인 책을 읽으려면 어린 독자라 할지라도 집중해야 한다. 능동적인 독자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니 힘이 든다.

그래서 아직 읽기 책이 부담스러운 저학년이라면 부모가 재미난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길 권한다. 여러 날에 걸쳐 나누어 읽어주어도 괜찮다. 부모가 앞부분의 한두 챕터를 읽어주면 아이들은 뒷이야기가 궁금해 저 혼자 책을 읽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리리 작가의 <뻥이오 뻥>은 감칠맛 나는 사투리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줘 아이들에게 낭독해주기 좋은 동화다. 마음씨 착한 순덕이는 삼신할머니가 실수로 귓구멍을 작게 뚫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보다 못한 삼신할머니는 “뻥이오” 하는 뻥튀기 소리로 순덕이의 귓구멍을 뻥 뚫어 놓는다. 한데 이번에는 구멍이 너무 크게 뚫렸다. 순덕이는 청개구리, 토끼, 개의 말까지 알아듣고, 동물들의 억울한 사연을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하지만 오히려 거짓말쟁이로 몰린다. 삼신할머니는 다시 꾀를 낸다. 이번에 순덕이는 아픈 동생을 위해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 같은 이야기도 순덕이가 ‘옛날에’ 하며 말했더니 모두들 귀를 기울였다. 이제 순덕이는 뻥쟁이가 아니라 이야기꾼 대접을 받게 되었다.

동물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순덕이는 실은 모든 아이의 모습이다. 아이들은 곁에 있는 사물과 동물의 이야기를 듣고 말을 나눌 수 있다. 아이들이 지닌 특권이다. 물론 어른이 되면 까맣게 잊는다. 오로지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런 신비한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고 간직한다. 그들이 자라 김리리 같은 이야기꾼이 되는 것이리라. 그러고는 순덕이처럼 진짜라고 우기지 않고 ‘옛날 옛날에’라고 운을 떼고 능청스럽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초등1-2학년.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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