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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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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특별한 크리스마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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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를 찾을 게 있어서 책장을 뒤적이다가 오래된 파일을 하나 집어들었다.

중학교때부터 대학교때까지 받았던 편지를 모아놓은 파일이었다.

길을 가다 오랜만에 아주 오래전 친구를 만나, 한참을 갈 일을 잊고 길가에 서서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가는 줄 모르듯,

그렇게 나는 한참을 선 채로, 편지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읽어나가고 말았다.

 

그 시절엔 특별히 친하다는 의미를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기보다

그냥 일상의 이야기들을 일기 적듯, 동무에게 적어보내는 정겨움을 가진 사이랄까.


지금은 잊혀진 이름들이 내 머릿속에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맞다.. 이 친구, 그래.. 그랬었지.. 아하!

너무나 재미가 있어서, 저절로 빙그레 웃게되는 유치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들부터

숨기고싶은 감정을 두번 세번 걸러서 표현한다고 쓴 어설픈 풋사랑 남자친구들의 고백까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그만 서류 찾는 일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중학교때 수학선생님을 짝사랑하면서 사춘기를 맞았던 것 같다.

당신을 앞으로 "뭘몰라"라고 불러달라고 이름 대신 칠판에 적으신 후,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며...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영어 단어 " Self- Relalization"을 

흰색분필로 휘갈리던 선생님의 박력에 나는 그만 뿅가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무조건 수학부장을 맡겠다고 우겨서, 괜히 모르는 척 자꾸 선생님께 질문하러 찾아가곤 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막상 선생님 앞에 가서는 이야기는 커녕, 이것도 모르냐고 꼴밤을 맞기만 하다 돌아오는 게 전부였던 그 시절.

나를 가장 행복하게 했던 사건은 여름방학에 받았던 무려 여덟페이지에 달하는 선생님의 답장이었다.

이렇게 긴 편지를 누군가에게 적는 것은 처음이라는 서두를 읽는 순간,, 나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20171224_013213 (1).jpg


편지 파일의 중간쯤, 하일라이트같은 수학선생님의 휘갈겨진 필체의 여덟 페이지를 넘어서니,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던 이름의 소녀가 문득 내 머릿속을 다시 추억의 영화한편처럼 물들이는 화려한 편지들이 나타났다.

때로는 긴 편지글로, 때로는 짧지만 정성스레 색을 칠한 엽서로, 그리고 직접 만든 아이디어 넘치는 크리스마스카드까지.

아,, 이 친구 지금쯤 뭐하고 지낼까.. 참 곱고 깊었던 친구였는데..

그리움이 스물스물 가슴에서 피어나는 오후.

서류 찾는 일은 이미 포기하고 차를 한잔 내려 나머지 편지들을 하나씩 읽어내려갔다.

정성이 만든 추억들은 뭔가 더 깊이 오래 소중한 느낌을 주는게다.

남이 만든걸 사서 주는 선물보다말이다.


왜 우린 요즘 이런 정성을 잊고지내는 걸까.

크리스마스가 되니 복잡한 일상의 메마른 구석들이 새삼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을 위해, 값비싼 선물꾸러미보다 엄마의 정성이 들어간 소박한 크리스마스 요리는 어떨까.


1. 가지석류샐러드


DSC04722 (1).JPG


크리스마스 요리는 색감을 신경쓰면 화려해보이고, 맛이 중간만 가도 기분좋게 먹어주지 않을까 싶다


.재료

가지 중간크기 1개 , 석류 1/4개, 어린잎채소 한 손. 


.드레싱

올리브오일, 라임즙(없으면 레몬즙 ),소금, 후추


.만드는법

(1) 가지는 둥글게 썰어 가스레인지의 생선굽는 그릴에 아무것도 가하지않고  5분정도 굽는다. 

(2) 석류는 등분하여 알맹이를 걸러내어 따로 담아둔다.

(3) 어린잎은 씻어둔다.

(4) 접시에 노릇해진 가지를 플레이팅한 후, 소금과 후추를 가볍게 뿌리고, 가운데 어린잎과 석류를 얹는다.

(5) 마지막에 올리브오일을 어린잎석류 부분에 살살 돌리고, 라임즙을 뿌린다.


- 어린이들은 이 맛을 너무 밋밋하다고 할지 모르니까, 다른 소스를 응용해도 좋다. 하지만 석류의 달고 신 과육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즐거움과 가지의 쫄깃한 의외의 맛을 재밌어하면 좋겠다.


- 미각에 대한 경험이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생전 처음 먹어보는 요리를 기억하는 크리스마스는 어떨까? 


2. 구운옥수수꼬치


DSC04736 (1).JPG


같은 요리라도 꼬치가 주는 장난스러운 기분이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곁들여서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상차림을 해보자.


.재료

옥수수 1개, 올리브오일 또는 코코넛오일, 레몬즙(또는 식초), 소금, 겨자소스, 꼬치


.만드는법

옥수수구이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을 소개한다.

(1) 옥수수를 등분한다. 

(2) 팬에 올리브오일이나  코코넛오일 (보통 버터를 바르지만 나는 채식인이므로) 을 두르고 레몬즙을 넣는다.

(3) 중불로 달군 후, 옥수수를 넣고 노릇하게 구워준 후, 소금을 솔솔 뿌려준다. (너무 짜지 않게 살살) 

(4) 나는 오븐 사용이 익숙치 않아서, 생선굽는 그릴을 더 많이 이용하는데, 익힌 옥수수를 그릴에 한번 더 구우면 겉이 더 바삭해져서 맛있어보인다. 

(5) 꼬치를 끼워 장식한다.

(6) 겨자소스를 곁들이면 맛있다.


- 옥수수는 아무것도 안발라도 그대로 맛있지만,  이렇게 만들면 더 고소하고 독특한 맛이 나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3. 미니비지팬케잌


앙증맞은 과일데코레이션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보자. 쿠키나 미니팬케잌, 와플... 어느 것이라도 좋다. 집에 있는 재료를 꺼내서 장난치듯 일을 저질러보자. 너무 완벽한 요리를 하려고 하면 절대로 요리가 늘지 않는다. 요리는 그냥 뚝딱뚝딱 부담없이 손가는대로 해봐야 는다. 맛이 없는 것도 먹여보고, 실패한 요리도 보여주다보면 아이들도 성공만이 인생의 재미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냥 한걸음씩 묵묵하게 내딛는 발걸음을 요리를 통해 가르쳐주는 건 어떨까?

미니비지팬케잌은 내가 손가는대로 뚝딱 아무렇게나 만들어본 요리다. 만드는 법이 간단한데 맛은 좋으니 뭘 더 바라겠는가.


.재료

삶은콩, 미숫가루, 베이킹파우더, 견과류, 건포도, 크렌베리, 아몬드밀크 (없으면 물이나 두유), 꿀조금 (없으면 조청이나 설탕), 소 금


.토핑재료

방울토마토 1개, 귤 1개, 바질 4잎


.만드는법

(1) 콩을 물 두배 정도 넣어 하룻밤 불렸다가 믹서에 곱게 간 다음, 그대로 삶는다. 

(2) 보통 이 단계에서 두부, 두유, 비지로 걸르는데, 나는 귀챦아서 그냥 이대로 삶아 큰 통에 담아둔다. 비지찌개도 만들어먹고, 비지전도 만들고, 이렇게 팬케잌도 만든다. 일주일정도 냉장고에 둬도 괜챦기때문에 쉽고 영양많은 요리아이템이다.

(3) 비지 : 미숫가루 비율은 1: 1 정도면 된다. 여기에 베이킹파우더를 전체의 약 5% 정도 가하는 비율로 맞추면 약간 부드러운 팬케잌 반죽이 된다. 

(4) 물 대신 아몬드우유나 두유로 되직하게 반죽한다. 물기가 많으면 풀어지기때문에 빡빡하게 반죽하는게 좋다. 그래도 너무 부드러워서 뒤집어지지 않으면 통밀가루를 조금 더 넣어준다. 

(5) 반죽에 견과류와 건포도, 크렌베리 등 고소한 것들을 넣어주고 소금과 꿀로 간을 맞춘다.

(6) 후라이팬에 오일을 살짝만 두르고, 한숟가락씩 떼서 아래 위로 노릇하게 굽는다.

(7) 방울토마토, 귤은 결대로 썰어 그릴에 노릇하게 구우면 토핑했을때 훨씬 더 맛있어보인다. 바질잎은 플레이팅 직전에 장식한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린다고, 머리맡에 커다란 양말을 두고 밤새 잠을 뒤척이던 어린시절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이 큰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엔 무언가 선물같은 일들이 생기면 좋겠다.

이도저도 없이 밍숭밍숭한 하루를 보내느니, 손이 많이 가지않는 단순한 요리들로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의 일상을 위무해주는 건 어떨까.

아이들은 덤으로 즐거울테니 걱정말 것. 


메리 크리스마스 !!! 

Merry Christm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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