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초등 입학 가이드
3월 초등 입학 자녀에게 해줄 것
취학통지서 적힌 배정학교 확인
1월 예비소집 아이 손잡고 ‘필참’
기초적인 생활습관 잘 잡도록 돕고
읽기·쓰기·말하기 등 ‘국어’ 신경 써야
8권 교과서, 가정용도 사두면 좋아
2016년 3월2일 서울 혜화초등학교에서 입학식을 마친 1학년 학생들이 반별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아이 취학통지서를 받은 날 정말 떨리더라고요. 벌써 이렇게 컸나 싶은 생각도 들고, 앞으로 뭘 준비해야 할까 걱정도 되고요.”
경기 수원에 사는 예비 학부모 홍주연씨는 지난달 초 아이의 취학통지서를 받았다. 오는 20일에는 배정받은 학교에도 가봐야 한다. 사실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선배 학부모들로부터 “입학식보다 중요하니 꼭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예비 소집일에 해당 학교의 교육과정, 방과후 학교나 돌봄교실 정보, 교내 연간 행사 소식 등을 자세히 알려준다고 해요. 이날 취학통지서도 제출해야 하고, 아이와 함께 교실을 둘러봐야 앞으로 학교생활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사라진다고 해서 시간을 비워뒀습니다.”
1학년 때 태도 6년 내내 갑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부모도 함께 1학년이 된다. ‘자녀가 몇 학년인지에 따라 부모의 계급도 달라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아이의 공식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된다. 이때 부모가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정리해봤다.
아이가 학교를 무서워하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이유의 팔할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다. 원인은 신발 신는 것부터 우유갑 혼자 따기, 점심시간 맞춰 밥 먹기, 횟수 조절해 화장실 가기 등 낯선 상황을 두려워하는 데 있다.
<한 권으로 끝내는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펴낸 서울 숭곡초등학교 김수현 교사는 “초등 1~2학년 시기는 기초 생활습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1학년 때 생활태도가 6학년까지 이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시영씨는 “양치하기, 손 씻기,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잠들기, 정리정돈 잘하기, 인사 잘하기 등은 사실 부모라면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너무 당연한 것이라 놓치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교과 공부가 중요해지죠. 초등 저학년 때 생활습관을 잘 다져놓아야 결국 집중력도 좋아지더라고요. 기본 생활습관을 잘 들이려면 부모가 집에서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김 교사는 “1학년 때 교실에서 어떤 생활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남은 5년의 교우 관계, 학습 능력 등이 달라진다”며 “용변 본 뒤 스스로 뒤처리하고 물 내리기 등 단순하지만 중요한 규칙들을 부모가 차근차근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8살 아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규칙을 지킨다는 건 참 힘든 일이죠. 가정에서 아이가 침구 정리를 잘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거나, 밥 먹은 뒤 식기 정리 등을 해냈다면 칭찬을 해주세요. 지켜야 할 규칙이 많아 번거롭다고 하면서도, 부모가 기분 좋은 피드백을 주면 차근차근 바른 생활습관을 들이게 됩니다.”
2016년 1월13일 예비 소집일에 서울 이태원초등학교에서 입학 등록을 마친 어린이가 1학년 교실 안을 둘러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주제 하나 놓고 활동형 통합학습해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학부모는 대부분 교과서 수가 생각보다 많아 놀란다. 부모세대가 배웠던 바른 생활, 즐거운 생활, 슬기로운 생활 등의 교과서는 ‘통합’으로 묶였지만, 국어와 수학 등을 합해 1학년 1학기 교과서만 총 8권에 달한다. 국어는 국어(가), 국어(나), 국어 활동 등 3권으로 이뤄져 있다. 수학은 수학 및 수학 익힘으로 2권이다. 1학기에 배우는 통합 교과서는 봄, 여름으로 2권이고 세월호 참사 이후 도입된 ‘안전한 생활’ 과목도 중요하게 다룬다.
특히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통합 교과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이름을 붙여 학기별로 나눠 배운다. 과거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에 해당하는 음악, 미술, 체육 등의 활동까지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교과서다. 예를 들면 ‘겨울’이라는 교과서에서는 눈과 관련한 여러 내용들을 배우고 활동도 겸한다. 눈을 주제로 한 노래를 배우고 눈사람 만들어보기(즐거운 생활), 눈싸움을 할 때 지켜야 할 규칙과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 갖기(바른 생활), 내린 눈을 돋보기로 관찰해보기(슬기로운 생활) 등 한 가지 열쇳말로 배움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식. 최근 <초등 1학년 준비 혁명>을 펴낸 서울 동산초등학교 송재환 교사는 “이런 방식의 주제 통합학습은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기 어려운 저학년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창의적 체험 활동은 ‘창체’라고 줄여 부른다. 부모세대 때 ‘특활’(특별활동)이라고 보면 된다. 창체는 교과 활동과는 별개로 자율 및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진로 활동 등 네 가지로 구성돼 있다. ‘안전한 생활’은 창체의 자율 활동에 속한다.
송 교사는 “교과서는 무료 배부한다. 분실했거나 가정용으로 더 사고 싶다면 대형 서점이나 해당 출판사 누리집에서 개별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권당 2000원 정도로 크게 비싸지 않습니다. 학교용과 가정용으로 한 권씩 더 마련해두면 아이들 등굣길 가방도 가벼워지고, 집에서 복습이나 숙제 등을 할 때도 유용합니다.”
등교는 수업 시작 10~20분 전에 마치는 게 좋다. 1학년 하루 수업은 4~5교시로 구성하는데 하교 시간은 오후 1~2시다. 1학년은 수업 시간 40분, 쉬는 시간 10분의 시간표가 일반적이다.
교사·학부모 관계는 존중을 바탕으로
교사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하루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다. 요즘은 앱을 통해 학급 누리집을 운영하는 교사들도 많다. 앱이나 누리집에는 학급 공지 사항부터 활동 사진이나 자료 등이 수시로 올라와 아이의 학교생활을 쉽게 살필 수 있다.
녹색어머니회, 학교운영위원회, 급식 도우미 등 단체 활동도 예비 학부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다. 김씨는 “아이들 등굣길 교통안전 지도를 하는 녹색어머니회나 급식 도우미 등은 순번제다. 직장에 다니며 이런 활동을 하려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며 “급식 도우미, 학교운영위원회, 도서관 명예교사, 녹색어머니회 가운데 현실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한두 가지 모임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했다. “보통 ‘반장 엄마’가 떠맡았던 학부모회 같은 경우 요즘엔 자발적으로 조직해요.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예·결산, 학칙 제정 등에 관여하면서 의결까지 하는 ‘국회’ 역할이고요. 퇴근 뒤 시간을 따로 내거나 휴가를 써야 할 때도 있지만 잘 찾아보면 의미 있게 활동할 수 있습니다.”
교사와의 상담도 아이의 학교생활과 적응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송 교사는 “대면 상담을 통해 아이의 교우 관계나 고쳐야 할 생활습관 등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대면 상담할 때, 담임교사의 나이가 젊다고 하대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학부모님들도 간혹 있습니다. 현장 체험학습 장소가 왜 그곳인지, 시간표가 왜 이렇게 짜였는지 등 교육철학이나 교과과정 등 교사의 영역을 언급하기도 해요. 교사도 사람인지라, 존중과 배려의 마음이 느껴지는 말 한마디에 힘을 얻습니다.”
지난해부터 적용된 ‘2015 개정 교육과정’ 기조가 올해도 이어짐에 따라, 초등 입학생 기준으로 큰 틀에서 달라지는 정책은 없다. 교육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읽기·쓰기·듣기·말하기 등이 학교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송 교사는 “인사 주고받기, 바르고 고운 말 쓰기, 경청하기 등 기본 생활습관의 토대가 되는 게 국어”라며 “국어를 잘해야 다른 과목 이해도도 함께 높아진다”고 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서는 욕하지 않는 것, 상대방을 존중하며 말하는 것 등이 참 중요합니다. 국어는 교실살이를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생존 교과’라 할 수 있어요. 부모가 초등 1학년 교과서에 실린 주요 작품을 눈여겨보고 아이와 함께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kimjy13@hanedui.com
초등 입학 전 챙겨야 할 학용품
연필 다섯 자루, 이름 스티커 꼭 챙겨주세요
가위, 풀, 공책…. 부모 입장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문구류지만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에게는 수업 참여 태도를 가르는 중요한 준비물이다. 이런 사소한 준비물 하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아이의 하루 기분과 수업 이해도가 결정되기도 한다. 부모가 의외로 놓치기 쉬운 준비물을 정리해봤다.
①필통: 떨어뜨렸을 때 큰 소리가 나는 철제 필통이나 간단한 게임 기능이 있는 필통은 학습 방해요소가 되기 쉽다. 헝겊이나 플라스틱 필통으로 준비해주자.
②연필: 1교시당 1자루 연필을 기준으로 하루에 5자루를 준비하는 게 좋다. 초등 1학년 시기에는 손으로 연필을 잡으며 물건을 쥐는 힘을 기르고, 바르게 글씨 써보는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힘을 덜 들이고도 글씨를 쓸 수 있는 샤프보다는 연필을 추천한다. 뾰족한 연필이 자주 부러지기도 하므로 연필 뚜껑도 마련하는 게 좋다.
③크레파스·색연필·사인펜: 크레파스는 24색, 색연필과 사인펜은 12색 정도면 충분하다. 토시와 앞치마도 함께 준비하자. 48색 구성은 책상 자리만 많이 차지하고 무거워 실용성이 떨어진다. 그림물감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다. 1학년 교실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④딱풀·스카치테이프·자: 물풀보다 딱풀이 편리하다. 풀 사용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은 편이므로 집에서 종이접기 활동을 통해 익숙해지도록 돕는다. 스카치테이프도 자주 쓰이므로 꼭 준비한다. 테이프를 길이에 맞게 뜯는 법 등을 미리 연습해보면 좋다. 자는 15㎝ 길이가 적당하고 모양자도 함께 준비하면 좋다.
⑤이름 스티커: 아이 개인물품에 이름을 써서 붙여주자. 분실했을 때 쉽게 찾을 수 있다. 크기는 3㎝×1㎝가 적당하다. 이름 스티커를 붙여준 뒤 학용품 각각의 제자리는 어디인지 함께 알려주며 정리정돈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자.
⑥공책: 종합장(그림 그리기 및 다양한 활동용), 8칸 공책(큰 글씨 쓰기 연습용), 10칸 공책(일반 글씨 쓰기 연습용), 무제 공책(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제목 없는 공책)을 각각 1~2권씩 준비하자. 담임교사의 재량에 따라 공책 활용법이 다를 수 있으니 입학 뒤 지시에 따라 구매해도 된다.
※도움말: 서울 동산초 송재환 교사, 서울 숭곡초 김수현 교사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