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업체 ‘영어교육산업 사수대회’ 열어
‘영어 유치원’ 465곳, 시장규모 2700억원
규제 법령 미비해 제대로 단속 될까 우려
전국학원총연합회 전국외국어교육협의회는 24일 오전 11시 서울외교센터 세미나실에서 ‘영어교육산업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 협의회 제공
사교육 시장에서 이뤄지는 조기 영어교육을 단속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전국의 영어 사교육 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어린이집·유치원 영어수업 금지에 앞서 다음달부터 유아 대상 영어 사교육을 강력 단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아 영어학원(영어유치원)을 규제할 법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교육·시민단체는 유아 사교육에 관한 운영기준이 미비한 만큼 법령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4일 전국학원총연합회 소속 전국외국어교육협의회는 ‘영어교육산업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16일 발표한 과열된 조기 영어교육 폐해 우선 해소 방침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영어학원 5000여곳이 소속된 이 협의회는 “조기유학 감소, 국부유출 방지, 기러기 아빠 감소 등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한 유아 영어학원이 정부의 보육비 지원 혜택은커녕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반발했다. 앞서 교육부는 16일 “2월부터 관계부처 합동으로 조기 영어 사교육을 강력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여부가 논란이 되자 금지 여부를 1년 유예하며 내놓은 대책이다.
교육부 집계(2017년12월)를 보면, 일명 ‘영어 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반일제(4시간 이상) 영어학원은 전국 465곳으로, 인가받은 정원 2만2944명을 모두 채웠을 때 시장규모는 총 27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거대 사교육 시장이 반발할 때 정부가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변변치 않다는 사실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유아 영어학원들은 월 100여만원의 고액 수강료를 받고 5~7살 유아에게 6교시 가량 암기·받아쓰기를 시키는 방식으로 꾸려진다. 하지만 유아 영어학원의 적정 수업시간과 교습비, 교습내용 등에 관한 운영 기준은 없다. 당장 교육부가 2월 단속하는 사항은 ‘영어유치원’ 명칭 불법 사용 여부(유아교육법), 과대·허위 광고 여부(표시광고법), 세금 탈루 여부, 시설 안전 규정 준수 여부, 학원법 준수 여부만 포함돼있다.
이에 교육·시민단체들은 지금이라도 영·유아인권법 제정, 학원휴일휴무제 등 사교육을 규제할 수 있는 법령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유아의 신체발달권, 휴식권을 보장해 유아 대상 장시간 사교육을 규제하는 영유아인권법 제정을, 좋은교사운동은 공휴일에 학원 영업을 규제하는 학원휴일휴무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교육 업계의 생존권과 충돌하며 실질적 입법이나 정책 마련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병민 서울대 교수(영어교육과)는 “누리과정의 도입으로 유아 때부터 공교육이 시작되는데, 법에 따라 엄격히 운영되는 유치원과 달리 유아 영어학원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교육도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아동들의 인권이나 바람직한 교육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