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있는데 액수제한 두기도
학부모들 비용부담 키우는 격
인천 구월동에 사는 주부 이아무개(35)씨는 올해부터 5살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면서 국가가 제공하는 보조금 22만원을 빼고도 매달 25만원씩 원비를 낸다. 이리저리 들어가는 돈이 워낙 많다보니 가끔은 결제를 한두달 늦출 수 있는 신용카드 결제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유치원에서는 당연한 듯 지로용지를 건네는데, 아이 걱정 때문에 카드 결제는 안 되냐고 묻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죠.” 이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카드 결제는 전혀 생각도 못 한다”고 말했다.서울 반포동의 유치원에 6살짜리 아들을 보내는 주부 김아무개(34)씨 역시 유치원비 결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 총 원비가 120만원인데, 유치원이 정해준 종류의 카드로, 그것도 20만원까지만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다. 나머지 100여만원은 무통장 입금을 해야 한다.일부 사립 유치원의 학비가 대학 등록금에 맞먹을 정도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사립 유치원들은 신용카드 결제를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원에 진학하는 아동의 수는 계속 늘고 있으나 원비 결재를 신용카드로 할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전체의 20%남짓인 것으로 드러났다.교육부가 4일 발표한 ‘2013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유치원 원아는 올해(4월1일 기준) 65만8188명으로 지난해 61만3749명보다 7.2% 늘었다. 조금씩 줄던 유치원생 수가 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의 유아교육 지원 강화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반면, 신용카드로 원비를 낼 수 있는 유치원은 열 가운데 둘에도 미치지 못 한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2013년 시·도별 사립 유치원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 현황’을 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사립 유치원 4061곳 중 신용카드 단말기가 있는 곳은 20.1%인 816곳으로 조사됐다. 2009년 8.6%, 2010년 11.9%, 2011년 15.4%, 2012년 18.7% 등으로 매년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80%에 달하는 대다수 사립 유치원들이 카드 결제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셈이다. 김씨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처럼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해두고도 사실상 결제가 불가능한 곳을 감안하면 학부모들의 불편함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교육부는 지난 30일 서울의 한 사립 유치원의 연간 비용은 1200만원을 넘고, 전국 평균도 245만원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