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룩새 연구소’ 운영하는 정다미
뭘 먹었는지 알아낼 정도로 탐구
‘무언가에 열렬히 매달린다’는 의미
어서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
정다미 글, 이장미 그림/한겨레아이들·1만3000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 파고들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거나, 좋아하던 대상을 직접 만나는 경우를 ‘성공한 덕후(성덕)’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성덕’들이 ‘특이한 사람’으로 취급됐지만, 이제는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도 대표적인 성덕이다.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는 바로 ‘성덕의 기록’이다. 새에 꽂혔던 아이(글쓴이)가 성인이 돼서 새 박사가 되고, 연구소를 마련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 ‘행복한 이야기’가 책장을 넘기면 펼쳐진다. 7살 때 마당에서 죽은 새 한 마리를 보게 된 지은이는 조류 도감을 찾아 ‘바늘꼬리도요’라는 이름을 확인하며 새와 인연을 맺었다. 새와 관련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한 그는 용돈과 세뱃돈을 모아 장난감이나 군것질거리 대신 값비싼 외국 도감을 사 모으고, 동네 이곳저곳을 누비며 새를 찾으러 다녔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보통 아이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글쓴이가 꼼꼼하고 친절하게 풀어낸 자신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무언가에 꽂혀 열렬히 매달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게 된다.
한겨레아이들 제공
그가 본격적으로 탐구한 대상은 새가 먹이 가운데 소화하지 못해 게워내는(주로 동물 뼈나 털) ‘펠릿’이었다. 펠릿을 보면 새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고, 그 지역의 환경과 먹이사슬을 알 수 있다. 펠릿은 누군가에게는 새의 배설물이지만, 지은이에게는 자연의 비밀을 알려주는 보물이다. 글쓴이가 수리부엉이의 펠릿을 수집해 정성스레 물에 적시고, 뼈와 털을 분리해서 맞춘 뒤 부엉이가 닭과 칡부엉이를 먹은 것이라고 추정하는 과정을 좇아가면 감탄과 동시에 과학 탐구의 기초가 무엇인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한겨레아이들 제공
지은이는 ‘후학’들을 위해 입문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도 책 곳곳에 빽빽이 채워놨다. 스크랩북 만들기, 나만의 ‘버드박스’ 만드는 법, 관찰기록장 작성법, 산에서 야생동물 흔적 찾기 등 다양한 ‘노하우’는 새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소중한 도움이 될 것 같다. 다소 생소한 내용을 아기자기하고 정감있는 그림으로 풀어내 접근성을 높였다.
한겨레아이들 제공
참고로 ‘꾸룩이’는 실제 새 이름은 아니고 지은이가 좋아하는 올빼미과 새들에게 붙이는 별명이다. 그의 수집물과 연구 내용이 전시된 꾸룩새 연구소(http://owl.or.kr/)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행사와 강연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초등 3학년 이상.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