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장안의 화제라는 <꽃보다 할배>를 이제서야 보았다.
덕분에 그동안 다독여 두었던 여행에 대한 욕구가 제멋대로 솟아오르는 걸 느낀다.
사실, 젊은이들의 흔한 베낭여행이었다면 그냥 그저 그랬을텐데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계신 분들이 하시는 여행인지라
평범한 장면에서도 웃음이 터지고 순간순간의 한 마디까지 큰 울림이 전해져 왔다.
어떤 절박함이 있거나 여행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인 사람이 하는 여행일수록
작고 소박한 경험조차 기쁘기 그지없고, 거기서 얻는 감동도 크기 마련이다.
절박함으로 말하자면,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만 할까.
가족과 떨어져서 단 1박2일만이라도 친구들과 훌쩍 떠날 수 있는 엄마들이 얼마나 될까.
여행으로든 일로든 떠날 수 있다해도 어린 아기가 있는 엄마일수록
마음편히 다녀오기는 힘들 것이다.
친정인 한국에 가려면 짧은 시간이지만 비행기를 타야만 하는 나는,
언제 한번 남편과 두 아이를 일본 집에 두고 나.혼.자. 친정에 다녀오는 게 꿈이다.
아주 잠깐 2박3일만이라도 좋겠다 싶어
이번 여름방학에도 해볼까 망설였다가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
아직은 힘들더라도 두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게 차라리 속편하기 때문이지만
다함께 움직이려면 비용도 비용이고, 지난 10년동안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면서 내가 겪은 고생과 수모(?)가 아직까지 끔찍한 악몽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두 아이 모두, 비행기 좌석에 앉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어찌나 울고 보채는지
두 시간이 넘게 젖을 내놓고 먹여야 했는데(우리 아이들은 수유용 덮개같은 것도 어찌나
끔찍하게 싫어하는지 제대로 가릴 수도 없었다)
어쩌다가 옆자리에 젊은 총각이 앉게 되면 서로 민망해서 밥도 제대로 못먹은 적이 많다.
둘째를 임신한 때에는 입덧이 너무 심해 비행기타기가 더 두려웠는데
비행기 안에 있는 시간을 넘 지겨워하는 큰아이를 상대하면서
흔들리는 기내 안에서 입덧을 참아내는 게 어찌나 고통스러웠는지..
한번은 착륙하는 순간에 너무 흔들려서 결국 참지 못하고 들고있던 봉투에
엄청 토한 적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표를 내던 그 순간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입덧 때문에 그렇다구요"
"착륙하는데 화장실에 갈 수도 없어 그랬어요"
하는 변명을 하는 것도 우습기도 하고,
아니 그럴 틈도 없이 우르르 내 주변을 도망치듯 출구쪽으로 다들 빠져나갔다.
아이들이 이젠 좀 컸으니 이 정도의 일까지는 없겠지만
아무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비행은 내게 '여행'도 '귀향'도 아닌
고단한 노동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래서,
네 분 할아버지의 여행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또 다른 구성원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것 같던데
<꽃보다 아기엄마>를 만들면 어떨가 하는 상상을 혼자 해 보았다.
아기와 집과 일상과 일에서 잠시 떠나 혼자, 아니면 같은 처지의 엄마들 몇몇이
여행멤버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것 같은데.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아! 제주도만이라도 너무 좋겠다..
초가을의 남해안도 좋고..
일본의 북해도는 또 어떤가!
뜨끈뜨끈한 노천온천에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파아랗고 드높은 가을하늘, 뭉게뭉게 하얀 구름, 그 아래 빛나는 초록세상을
좀 높은 곳에 올라가 실컷 내려다보고 싶다.
꽃할배 분들이 높은 산에서 여유있게 커피를 드시던 것처럼
그런 곳에서 몇 시간이고 또래 엄마들과 차 한잔 앞에 두고 수다를 떨고 싶다.
그러고 나면 더 건강한 마음으로 가족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짐꾼으론 누가 좋을까^^
현실성은 없지만 뭐 어떠랴. 상상만으로도 즐거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