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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간 아이와 동네 아이들의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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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글로연 제공

나도 고무줄놀이 낄 수 있을까
낯선 골목 부끄러운 ‘가슴앓이’
동네 아이들 입장에서 되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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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 
이선미 글·그림 
글로연·1만2000원

책 앞뒤로 제목이 두 개다. 앞 표지를 열면 <‘나’와 우리>, 낯선 동네로 이사간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을 거꾸로 돌려 뒤표지를 열면 <나와 ‘우리’>, 낯선 아이가 이사온 동네에 원래 살던 아이들의 이야기다.

하필이면 머리카락에 덕지덕지 껌이 붙어 머리를 빡빡 깎은 직후에 이사를 가게 됐다. 낯선 머리 낯선 동네에 분희는 속이 상했다. 이사온 첫날, 골목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밖에 나가보니 또래 여자아이들의 고무줄 놀이가 한창이다. 같이 하고 싶다. 옆에 서서 구경하는데 들려오는 소리, “쟤 신발 거꾸로 신었네”, “쟤는 남자야? 여자야?”

눈물이 찔끔, 가시가 마음을 콕 찌르는 것 같다. 분희는 집으로 들어가 방 안에서 혼자 고무줄놀이를 했다. 다음날에는 더벅머리에 분홍색 리본 머리띠를 하고 신발도 똑바로 신고 밖에 나갔다. 다시 한번 아이들이 노는 곳으로 다가갔다. 한 아이가 인사를 해주었다. “안녕?” “응, 안녕.” 부끄러워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고무줄놀이를 하는 아이들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낙서를 하다 보니 귀동냥으로 어느새 아이들 이름까지 다 알게 됐다. 저 아이들도 내 이름을 궁금해할까?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다. 이제 그만 집에 가려고 일어섰는데 들려오는 소리. “얘, 네 이름은 뭐니?” 화장실 간 친구 대신 잠깐 고무줄 좀 잡아달란 말에 날아갈 듯 뛰어갔다.

하루아침에 낯선 동네 낯선 골목에 뚝 떨어져 혼자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아이의 당혹감이 책 전체에 일렁인다.

그런데 책을 뒤집어 읽어보면 다른 관점의 이야기다. 매일같이 모여 고무줄놀이를 하는 영아, 주희, 은섭이, 현옥이는 갑자기 등장한 낯선 아이에게 호기심을 느끼지만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잘 모른다. “쟤는 여자야? 남자야?” 말해놓고 보니 처진 어깨를 하고 집에 들어가는 아이가 보여 미안하다. 들었나 봐, 골목의 여자아이들도 고민에 빠진다.

분희의 까칠한 더벅머리, 거꾸로 신은 신발이 부끄러워 배배 꼬이는 발, 기대와 부끄러움이 뒤섞인 분희의 표정, 혼자 낙서를 하는 아이의 등이 섬세하고 예민하게 그려졌다. 서양화를 전공한 이선미씨의 첫 그림책이다. 작가의 어린 시절 체험담에 딸아이를 키우는 오승연 글로연 편집실장의 아이디어가 합쳐진 결과라 한다. 3살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글로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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