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 글, 야라 코누 그림, 홍연미 옮김/토토북·1만1000원
아이들에게 기다림이란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에 가깝다. 그런 아이들에게 기다림의 가치와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는 포르투갈 작가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가 글을 쓰고, 브라질 출신 작가 야라 코누가 그림을 그렸다. 매서운 추위, 무더운 더위를 견딘 나무. 꽃이 피었다 지고 열매를 맺는다. 열매의 비늘 사이로 100개의 씨앗이 나와 세상을 향한다. 나무는 이 100개의 씨앗이 무사히 땅에 내려앉아 싹을 틔우고 멋진 나무가 되길 기다린다. 꿈과 희망을 가득 품고.
씨앗들의 운명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다. 100개의 씨앗 가운데 10개는 도로에 떨어지고, 20개는 강물에 빠진다. 10개는 바위 위에 떨어지고, 또 다른 25개는 새들이 쪼아먹는다. 이쯤 되면 아이는 가슴을 졸이며 책장을 넘긴다. ‘이러다 씨앗이 하나도 남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래도 겨우 살아남은 씨앗 하나가 싹을 틔워 어린 나무가 된다.
안도하는 순간, 힘겹게 자리잡은 어린 나무마저 토끼가 먹어치우고 만다. 나무는 엉엉 울고 싶을 게다. 하늘을 탓하고, 토끼를 원망할 수 있다. 그런데 나무는 “흔들림 없이” 기다린다. “모든 것이 잘 되길 바라면서.” 나무가 기다리는 일들이 정말 일어날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더니, 책은 그래도 희망을 준다. 새똥에서 나온 씨앗이 싹을 틔웠다. 바위 틈바구니에서도 싹이 나왔다. 결국 나무가 된 씨앗들이 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부모라면, 자연스럽게 나무의 마음이 된다. 아이가 가진 재능 씨앗 100개 중에 하나라도 싹이 트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나무의 마음은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5살 이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사진 토토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