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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겠지 기다려보면 크겠지...
지금도 이런 막연한 기대를 갖고 계신 부모님들이 많으실 겁니다. 약간 불안한 것도 사실이나 '애비도 어릴 땐 체구가 작았는데 고등학교 들어가서 컸다'는 집안 어른의 말씀은 좀 더 기다려보는 데 보탬이 되기도 합니다. 혹은 주위에서 스무살 가까이 되도록 컸다든지 심지어는 군대 가서도 키가 컸다든지 하는 얘기들이 솔솔 들리기도 합니다.
늦게 크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체질적 성장지연이라고 합니다. 성장 호르몬을 비롯한 호르몬 수치들이 모두 정상이며 아직 그 원인은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빠나 엄마가 어릴 때 키가 작았고 뒤 늦게 큰 경우가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체질적 성장지연은 키가 작은 아이들의 일부입니다.
즉, 키가 작은 아이들의 상당수는 체질적 성장지연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냥 키가 크겠지 하고 기다리는 것을 불안한 기대라고 하는 것입니다. 체질적 성장지연이 있는 경우는 태어나서 대개 3년 이내에 키와 몸무게가 다른 아이들에 비하여 지연되면서 3세 이후 지속적으로 작은 키를 보이고 사춘기도 또래보다 늦게 시작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점차 회복하여 최종적으로는 체질적 성장 지연이 없는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키를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가족이 키가 작은 편이라면 체질적 성장 지연이 있는 아이가 다 큰 다음에도 키가 많이 작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체질적 성장 지연이라 하더라도 기다리면 키가 모두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중간 중간 성장상태에 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체질적 성장지연이 있는 경우에는 특징적으로 골연령(뼈나이)가 지연됩니다. 물론 키가 작고 골연령이 지연된 경우 체질적 성장지연 외에도 몇 가지 질환들의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평가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작지만 늦게 클지도 모른다는 약간은 불안한 기대를 갖기보다는 골연령 등 적절한 평가를 통해 체질적 성장지연인지를 확인한다면 막연한 기대를 확실한 기대로 바꿀 수 있고 만약 체질적 성장지연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면 그에 따른 가능한 조치들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