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전달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풀빛·1만2000원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의 독일 그림책 작가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신작 그림책 <행운 전달자>가 나왔다. 인간으로 변신했다 바다표범 가죽을 잃어버리면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는 ‘셀키의 전설’을 모티프로 환상적인 이야기를 그려냈던 작가가 이번에는 행운의 징조로 알려진 굴뚝 청소부한테서 실마리를 얻었다. 세상일은 노력보다 운에 달려 있다는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지만, 행운은 정말 거저 손에 들어오는 걸까? 행운의 주인을 찾아가는 ‘행운 전달자’의 우여곡절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겠다.
‘행운 전달자’ 이름은 쇼른슈타이너, 독일말로 굴뚝 청소부를 뜻하는 쇼른슈타인페거에서 따왔다. 쇼른슈타이너는 새카맣고 머리에는 청소솔 모양 ‘홀씨 프로펠러’가 달려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도 세상 구석구석에 가닿는다. 사람 손가락만한 크기로 잘 눈에 띄지 않아 누구도 그가 무얼 하는지 잘 보지 못한다. “우연처럼 보여야 하니까” 쇼른슈타이너도 누구에게 행운이 전해질지 알 수 없다.
이야기는 벨기에 북해 바닷가에서 시작된다. 뚝 떨어진 그 행운을 누군가 냉큼 집어가면 좋으련만, 며칠 동안 인적이 없다. 한 소녀에 의해 발견돼 주머니 속에 머물지만, 쌍둥이 자매랑 싸움의 화근이 되자 아빠는 다른 소녀의 모형 비행기 속으로 쇼른슈타이너를 처넣어 버린다. ‘행운’은 다시 버섯군락에 추락하고 애완 카멜레온의 먹이가 될 위기에 처해지다 청소기 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꼼짝없이 잼병 속에 갇히는 수난을 당하기도 한다. 행운을 눈앞에 두고도 잡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란!
48쪽에 이르는 빽빽한 글은 이야기 장력을 팽팽하게 한다. 다음 여정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기괴하고도 유머가 스민 그림에서 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5살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