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73명 감염 확인…지난해 전체 환자 3배
임신부 감염 시 태아 눈과 귀, 심장 질환 발생 가능
도쿄올림픽 앞두고 대유행 전조 아니냐 우려도
일본에서 풍진 감염이 늘고 있다. 임신부가 풍진에 걸리면 태아의 눈과 심장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임산부가 일본을 방문할 경우 주의해야 한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4일 올 들어 보고된 풍진 환자 수가 273명으로 지난해 전체의 3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20일부터 엿새 사이에 새로 보고된 감염환자가 84명에 이를 정도로 최근 감염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풍진 환자는 지바현 84명, 도쿄도 72명, 가나가와현 24명 등 전체의 70%가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지방에 집중돼 있다.
일본에선 최근의 풍진 확산이 대유행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에선 2012~2013년 풍진 환자가 1만4344명이나 발생했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도쿄올림픽 때 풍진이 대유행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풍진의 증상은 발열과 발진 등이다. 감염자 15~30% 정도는 이런 증상도 심하지 않아 증상만으로는 감기와 구별하기 쉽지 않다. 풍진은 바이러스성 질병이기 때문에 확실한 치료약이 없어, 감기처럼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을 먹어야 한다.
성인이 감염될 경우 시간이 지나면 자연 회복하지만, 문제는 임신 초기에 감염됐을 경우다. 임신 20주 이내에 산모가 풍진에 걸리면 태아에게 난청, 백내장, 심장병 질환이 있는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 이를 ‘선천성 풍진 증후군’이라 부른다.
풍진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임신부는 백신을 맞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미국 질병 대책센터는 일본에서 풍진이 대유행했던 2013년 6월 “임신부는 일본 방문을 피하라”는 권고를 했다.
최근 일본에선, 1989년 풍진 대유행 시기에 태어났던 여성이 자신의 체험담을 바탕으로 풍진 예방 접종을 맞을 것을 호소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 여성은 어머니의 임신 중 감염으로 ‘선천성 풍진 증후군’에 걸렸다. 그는 “태어나서 얼마 안 돼 난청 판정을 받아 지금도 보청기를 사용한다. 백내장도 발견돼 고도 원시다. 지금도 특수한 안경을 쓰고 있으며 강한 햇빛에 약하다”고 적었다.
일본에서는 임신부가 백신을 접종할 수 없으니 성인 남성들이 백신을 맞아 감염 확산을 차단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최근 백신을 맞는 남성은 30~50대가 주류다. 1979년 이전엔 일본에서 남성에겐 풍진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았다. 일부 기업에서 1만엔(약 10만원)가량 하는 풍진 예방 접종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준다. 또, 일부 병원에서는 풍진 백신을 접종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