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시상 11개 지방정책 보면
대부분 임신·출산 전후 과정 지원
결혼·출산 여건 조성 정책은 부족
“중앙정부가 명확한 원인 못 짚어
지역도 특성에 맞는 정책 못 내놔””
한겨레 자료사진
지방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며 각종 시책을 벌이고 있지만 출산 전후 시기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해주는 소극적 사업에만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시·도의 저출산 우수시책을 발굴해 공유하는 ‘2018 지방자치단체 저출산 극복 우수시책 경진대회’를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다. 행안부는 지방정부와 저출산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며 3년 전부터 ‘저출산 극복 우수시책’을 발굴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는 전국 시·도에서 출품한 저출산 관련 시책 52건 가운데 전문가 서면심사 등으로 11건을 추렸다. 행정안전부는 최종 심사를 거쳐 최우수상과 우수상 등을 선정하고 특별교부세 10억원을 나눠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종 심사에 오른 11개의 우수시책에 대해 “출산 전후 부담 경감과 보육을 위한 사업에 지자체 지원이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산 준비교실과 임산부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구광역시 북구의 ‘토닥토닥 편한 맘’, 도시철도 임산부 자리양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부산광역시의 ‘핑크라이트 사업’ 등이 그 예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저출산연구센터장은 “현재 지방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아기를 낳는 출산 시점에만 맞춰서 여러 이벤트를 하는 수준인데 저출산 대책의 정의를 폭넓게 하고 더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등에 보육 공간을 마련하는 전남 순천시의 ‘세대어울림 보육스테이션 조성’ 사업에 대해선 육아의 국가 책임을 지역사회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출산을 결심하고 출산을 할 여건을 적극적으로 조성하지 않고, 출산을 했을 때 베푸는 지원책만 마련해서는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원에 입원한 12살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간병 등 종합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광주 광산구의 ‘병원아동 돌봄서비스’ 등 저출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아동·청소년 복지 사업이 우수 시책에 포함되기도 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의료보건, 아동, 가족 등에 대한 기본적 복지 정책을 저출산 정책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주거나 일자리 구하기의 어려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으로 결혼과 출산 자체를 결심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더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주은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저출산의 원인은 복합적인데 중앙정부가 저출산의 명확한 원인을 짚어내지 못하니 지방정부도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내놓을 수가 없다”며 “단기적 저출산 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안전망을 확대하고 성평등 정책을 강화해 출산율을 높인 유럽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