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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야말로 작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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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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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김난령 옮김/시공주니어(2018)


한 작품이 여러 미디어로 거듭 태어나 사랑받는 경우가 있다. 어린이 책 작가 중에는 로알드 달의 작품이 그렇다. 그의 동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선보였다. 팀 버튼 감독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스티븐 스필버그는 <내 친구 꼬마 거인>을 영화로 만들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멋진 여우씨>를 애니메이션으로 탄생시켰다. 또 <마틸다>도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국내 공연 중이다.


뮤지컬 <마틸다>는 아이들의 연기와 서정적인 노래가 조화를 이룬 가족 뮤지컬로 영국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하지만 <마틸다>를 ‘가족 뮤지컬’이라 불러도 될까 싶다. 결코 따뜻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로알드 달은 부모를 불편하게 만드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작가란 무릇 고유한 스타일이 있다. 로알드 달 역시 반복해서 들려주는 이야기의 패턴이 있다. 대개 괴물 같은 어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어린이가 등장한다. 하지만 마법의 힘을 빌린 어린이는 악당 어른을 납작하게 만든다. 때문에 로알드 달은 자신이 어린이의 대변자라고 여겼다.


<마틸다>에도 믿을 수 없이 못된 부모가 나온다. 천재 소녀 마틸다는 세 살 때 혼자 글을 깨우쳤고 네 살 무렵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모인 윔우드 부부는 이런 마틸다를 부스럼 딱지보다도 못하게 여기고 무관심과 무시로 일관한다. 속임수를 써서 중고차를 팔거나 빙고 게임과 드라마에 빠져 사는 게 전부다. 마틸다가 책을 사달라고 하자 집에 멋들어진 텔레비전이 있다며 일축한다. 마틸다는 혼자 공공도서관에 가서 <비밀의 화원>이나 <위대한 유산>을 읽는다. 놀랍게도 책을 읽으며 어린 소녀는 텔레비전만 보는 엄마 아빠가 결코 알 수 없는 인생을 보는 눈이 트인다.


아빠와 짝을 지어 마틸다를 괴롭히는 사람이 또 있다. 트런치불 교장이다.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교장은 말대답을 하거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아이들을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괴롭힌다. 그러던 중 하니 선생님과 가까워진 마틸다는 선생님의 슬픈 과거를 알게 된다. 비록 어리지만 마틸다는 교장 선생을 혼내줄 방법을 궁리하고 멋들어지게 성공한다.


로알드 달은 왜 이렇게까지 부모나 어른들을 무식하고 흉측한 악당으로 그렸을까 싶을 때가 있다. 아이들 눈에 보이는 어른들의 모습이 딱 이렇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일 테다. 실제로 아빠와 교장은 어리고 약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싫어하고 함부로 대한다. 반면 자신들은 강자이며 위대하고 존경받아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아빠와 교장에 대한 묘사를 읽다보면 어린이들이 느끼는 부당함을 넘어 작가가 모든 권위적인 존재에 대해 얼마나 분노하는지가 느껴진다. 그래서 로알드 달은 아이들은 무력한 존재로 그리지 않았다. 착하지만 순응적인 하니 선생님과 달리 상상의 힘을 지닌 마틸다는 얼마든지 복수할 수 있다고 믿었다.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이야 말로 작은 영웅이다. 초등 4학년 이상.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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