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현상 지속으로 원아수 감소하자 지원 몰려
2월 말 최종 선정…올 9월 또는 내년 3월 문 열어
“공립 전환시 교사 지원 방안 등 심사에 반영돼야”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는 서울시교육청의 공모에 총 51곳의 사립유치원이 신청했다. 교육청은 올해 10곳의 매입형 유치원을 선정하기로 했는데 51곳이나 신청함으로서 5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셈이다. 저출생 현상이 지속돼 원아수가 감소되고 있는데다, 최근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 추진 등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따라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이 정부에 유치원 매각함으로서 퇴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2~28일 진행한 ‘매입형 유치원 신청 공모 접수’ 결과, 총 51곳의 사립유치원이 지원했다고 3일 밝혔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국공립 취원율 40% 조기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왔고, 매입형 유치원 또한 그 중 하나다. 이번 공모에서 매입형 유치원을 신청 자격으로는 자가 소유, 단독 건물, 6학급 이상 설립·운영 중인 사립유치원으로 제시됐다. 단독 부지를 우선적으로 선정하되, 공유부지(대지권 비율 등)는 예외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공모를 통해 교육청이 신청을 받은 뒤, 매입형유치원 선정위원회에서 서류 심사와 현장 방문 후에 최종 선정된다.
교육청 학교지원과 관계자는 “단설유치원이 없는 자치구, 취학수요 대비 공립 유아수용률이 현저하게 부족한 지역, 서민거주 밀집지역 등에서 우선적으로 매입 대상을 선정할 것”이라며 “예산 여건 등을 고려하여 10개원 내외의 유치원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2년간 감사 결과 경고 이상 행정 처분 전력이 있는 유치원, 관계 법령에서 정한 시설·설비 등 인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유치원, 각종 지도·점검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하여 이행하지 않은 유치원은 선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공모에서는 6학급 이하 몇몇 유치원도 지원했는데, 6학급 이상인 곳이 다수 지원한 만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사립유치원의 매입금액은 감정평가 금액의 산술평균 값 정도로 산정되며, 대상 유치원 선정 이후에는 교육부 사전 협의, 자체재정투자심사 등을 거쳐 예산을 편성하고, 사립유치원 폐원 및 매입 계약, 공립유치원 설립 등의 행정절차를 할 계획이다. 선정 결과는 최종적으로 2월 말 정도 확정될 예정이며, 선정된 유치원은 올해 9월 또는 내년 3월에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해 문을 열 계획이다.
첫 매입형 유치원은 관악구 구암유치원으로 오는 3월 개원할 예정이다. 약 120명이 다니던 한 사립유치원을 교육청이 60억여 원에 사들여 설립했다. 매입형 유치원은 단설유치원을 새로 짓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교육청이 부지를 확보하고 건물을 새로 올려 유치원 1곳을 만들려면 통상 1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며 수백억 원이 투입되기도 한다. 기존 유치원 시설을 활용하기 때문에 매입 협상만 이뤄지면 개원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점도 매입형 유치원의 장점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매입형유치원 신청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올해 30개까지 설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매입형 유치원 공모 및 선정 과정에서 해당 유치원 설립자들이 교사들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안이 있는지에 대한 유무를 확인하는 과정이 없어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공모에서 매입형 유치원으로 선정되면, 해당 유치원 교사들은 직장을 잃게 된다. 공립 유치원으로 전환되면 공립 유치원 교사가 배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청 학교지원과 관계자는 “초중등 학교의 경우 국공립화 되면 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근거가 있지만, 유치원은 근거법이 없다”며 “원장이나 설립자가 다른 곳에 알선하던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설립자나 원장이 매입형 유치원 공모 신청을 할 때 교사들과 상의를 했는지 등은 현재 서류를 통해 알 수 없다. 또 만약 선정되더라도 향후 심사 과정 등에서 교사 지원 방안은 심사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 향후 매입형 유치원 신청 및 선정 과정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청 학교지원청 관게자는 “올해는 사전에 그런 부분을 제시하지 않아 심사에 반영하지 못하지만, 향후 2020년 추진할 때는 그런 부분을 감안해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