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고 아닌 교육세로 713억원 예산 편성
‘중앙정부가 어린이집 지원’ 원칙 어긋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국고 부담해야” 반발
중앙정부-지방 교육청 갈등 다시 불거지나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 2018년 6월 기준으로 보육교사 1인당 돌봐야 하는 어린이는 약 6.12명으로, 그동안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올해 처우개선비 713억원이 예산으로 편성됐지만, 예산 부담의 주체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 사이에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올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비용 713억원을 교육부 소관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로 편성한 정부와 국회의 조처를 두고,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부담한다는 원칙이 깨져, 한동안 봉합됐던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사이의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열악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별도의 예산을 만들어 ‘처우개선비’를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교육기관’인 유치원을 책임지는 교육부는 유치원 교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별도 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며, ‘보육기관’인 어린이집들도 책임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이 같은 방식의 처우 개선비 지원을 요구해온 바 있다. 그러나 연말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 비용은 보건복지부의 별도 예산이 아니라 “교육부 소관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에 713억원을 증액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담임교사 처우개선비를 인상”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문제는, 이런 결정에 따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은 중앙정부가 책임진다는 큰 원칙이 어그러졌다는 것이다. 애초 박근혜 정부는 공약이었던 누리과정을 추진하면서 교육세 중 일부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떼어 각 지방 교육청에 내려보내고 이 돈으로 누리과정 전체 재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한때 ‘보육대란’까지 일어났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2016년 말 한시적(3년)으로 신설된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다. 한마디로 교육세와 함께 일반회계(국고)에서도 누리과정 예산 비용을 충당하도록 해, 교육세는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에, 일반회계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에 나눠서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전액 중앙정부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세웠고, 실제로 지난해까지도 이런 정책의 틀이 유지되어 왔다. 올해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의 전체 규모는 3조 7440억원, 이 가운데 국고분은 1조9812억원, 교육세분은 1조7628억원이다.
그러나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를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로 편성한 것은 이 비용을 국고가 아닌 교육세에서 부담시키는 조처로, 여태까지 정책의 흐름과는 반대의 방향이다. 게다가 지방 교육청의 입장에선 이 비용 때문에 교육을 위해 집행되어야 할 보통교부금 재원 감소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은 보건복지부의 몫으로, 이를 국고로 편성하고 유아교육특별회계 지침을 변경하는 등 ‘보육과 교육’에 혼돈을 주는 정책을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협의회 쪽은 “각 시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를 예산으로 편성하지 않고 지급되는 예산은 반납한다”고 밝혀, 최악의 경우 누리과정을 두고 또다시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 사이의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근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시적이었던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도 올해 말 종료된다. 무엇보다 누리과정 지원과 재정 부담에 대해 법체계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문제인데, 이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기보다 국회의 ‘깜깜이’ 예산 배정으로 되레 갈등을 키운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양선아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