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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할머니네 마을에 복숭아가 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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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할머니의 복숭아나무
탕무니우 지음, 조윤진 옮김/보림·1만2000원

복숭아나무는 꽃이 피고 잎이 지면 열매가 열린다. 이듬해 봄볕이 고이면 꽃도 발그레 다시 볼을 내민다. 이 단순한 자연의 이치를 머금은 린 할머니의 놀라운 ‘나눔 이야기’가 이 책에서 펼쳐진다.

린 할머니 집 앞에는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있다. 열매가 먹음직스럽게 익자 귀여운 아기 다람쥐가 린 할머니를 가장 먼저 찾았다. “맛있게 먹으렴.” 린 할머니의 달콤한 복숭아는 금세 입소문이 번졌다. 오붓한 염소 가족, 먹성 좋은 호랑이, 덩치가 산만한 코끼리까지 동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도 복숭아 먹을래요.” 린 할머니는 정성스레 가꿔 키운 복숭아를 아낌없이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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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가 단 한 개 남았을 때 걸음이 느린 거북이 여럿이 엉금엉금 도착했다. ‘이걸 어쩌지?’ 린 할머니는 복숭아 향을 가득 머금은 파이와 복숭아꽃잎차를 만들어 거북이들을 대접했다.

집으로 돌아간 동물들은 산과 마을 이곳저곳에 꿀떡 삼킨 복숭아씨를 뱉어내고 동글동글한 똥을 우수수 쌌다. 계절이 바뀌는 사이 숲을 내리 쬔 햇살과 촉촉이 적신 빗물은 복숭아씨의 든든한 자양분이 됐다. 린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과 자연의 평범한 일상은 온 숲을 복숭아나무로 물들이는 마법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복숭아 꽃잎이 지고 나면 열매가 주렁주렁 사방에 열릴 것이다.
린 할머니의 품은 자연을 닮았다. 자연은 섭리를 따를 때 인간에게 선물을 준다. 그리고 그 선물을 함께 나눌 때 자연은 또 다른 선물을 베푼다.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가 두 팔로 큰 원을 그리며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아가야, 이렇게 더불어 나누는 거다. 그런 게 사람 사는 거다.” 향긋한 복숭아 향기와 분홍빛 봄바람을 따라 린 할머니네 마을로 아이와 떠나보자. 3살 이상.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그림 보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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