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을 품은 숲으로
불을 뿜는 화산으로
에릭 바튀 지음, 이희정 옮김/한울림어린이·각 권 1만3000원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에릭 바튀지만, 그의 작품은 얼핏 보면 썰렁하다. 은유 뒤에 숨은 절제된 언어 때문일까? 빨강, 파랑, 검정, 초록을 바탕으로 한 단순한 색감 때문일까? 끝까지 넘기고 나면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틀거리부터 소중한 걸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허를 찌른다. ‘맑은 언어’의 알퐁스 도데를 잇는 프랑스 작가의 ‘짧은 우화’에는 눈앞의 보물을 못 보는 현대인들의 감성을 깨우는 무언가가 있다.
에릭 바튀의 최근작 <보물을 품은 숲으로>와 <불을 뿜는 화산으로>는 숲으로 화산으로 탐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신문지와 잡지, 벽지, 트래싱지 등을 활용한 콜라주 기법으로 중첩된 초록색과 검은 종이를 삼킬 듯한 강렬한 화산의 붉은 빛을 도드라지게 표현했다. 거대한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너무나 작은 존재다. 그의 그림의 중요한 대목은 바로 그 지점이다. 사람을 작게 그려 사람 중심으로 배경이 생략되곤 하는 착시를 바로잡는 것.
그 작은 인간이 아주 넓고 정말 멀리 있는 숲에 꼭꼭 숨겨진 보물을 찾기란 쉽겠는가? 생물학자이자 탐험가인 두 사람은 버스를 타고 짐을 싣고 먼 길을 돌아 숲 입구에 도착한다. 보물을 찾기는커녕, 벌목꾼들에 의해 잘려나간 전쟁터 같은 숲만 목격하고 만다. 황무지숲을 지나고 어마어마하게 큰 강을 건너 마침내 초록숲에 다다른다.
숲의 근경과 원경의 콜라주가 돋보이는 가운데, 독자의 시선에 가까이 보이는 건 탐험가들이 아니다. 탐험가들은 우거진 수풀에 가려져 있거나 저 멀리서 숲길을 걷고 있거나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우고 있다. 대신 사람보다 몇 배나 커다랗게 그려진 숲의 주인들을 보라 한다. 나무둥치를 휘감은 누렁뱀, 어둠을 지키는 박쥐, 칠흑 어둠에 빛나는 별과 크고 둥근 달, 카멜레온, 나무 몸통을 기어오르는 커다란 개미…. 비 그친 뒤 피어나는 무지개와 풀잎 새 맺힌 이슬의 싱그러움은 숲속 깊은 곳을 함께 탐험한 독자들에게 주는 선물. 보물은 어디에 있을까?
<불을 뿜는 화산으로>는 용암폭포가 집을 집어삼키고 눈앞에서 땅이 쩍 갈라져도, 화산 흔적을 채취하고 용암 밀도와 속도, 온도를 재는 화산학자들의 도전을 그렸다. 3살 이상.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한울림어린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