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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하는 칡캐기와 연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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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캔태민이.png» 칡은 캐어 들고 있는 아이. 사진 권오진 제공.

지난 3월 31일, 경기도 안성시 이죽면에서 칡 캐기 행사를 진행했다. 작년에 이은 2번째 행사이며, 이번에는 신청자가 많아서 10가족 이외에 대기 가족도 있었다. 칡을 캘 장소는 이미 산 주인에게 허락을 받았으며, 사용 후에 복구를 약속했다. 행사는 12시 30분에 시작되기에 나는 11시 30분에 도착했다. 날씨는 10도 정도이며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도착하니 산 밑에서 연기가 흩날린다. 밭 주인이 두렁에서 거둬들인 마른 고춧대와 참깨 대를 태우고 있다. 초면이지만 인사를 하며 칡을 캐러 왔다며 덕담을 나누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20ℓ 불쏘시개 깡통을 설치하고, 불씨를 얻어서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며칠 전, 속초에서 대형 산불이 나서 순식간에 엄청난 재해가 발생했듯이, 야외에서의 불 피우기는 매우 주의가 필요하다. 야외에서 불을 피울 때는 항상 깡통을 준비한다. 주위에는 버드나무가 많이 있다. 그래서 가지를 잘라서 몇 개의 피리를 만들었더니 물이 잘 올라와서 훌륭한 피리가 난다.


12시 15분이 되니 시원 아빠, 연재 아빠, 태민 아빠 등이 속속 도착했다. 그리고 날씨가 쌀쌀하다며 불 위에서 손을 비빈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준비한 피리를 불면서 호기심을 유도했다. 그러자 아빠들이 먼저 급히 관심을 보인다. 몇 개의 피리를 아빠들에게 보여주며 피리를 만드는 법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두 모른다고 말한다. 놀이문화의 단절 현장이다. 그래서 만드는 법을 배워보겠냐고 했더니 동의한다. 그래서 5명의 아빠와 버드나무에 가서 가지를 꺾고, 잘라서 피리를 만드는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그랬더니 아빠들이 피리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주었고, 칡도 캐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삑삑’하며 피리 부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기상 상태를 살피니 아직도 바람이 세차다. 그래서 칡을 캐기 전에 먼저 연날리기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누어주었다. 아빠들이 연을 날리자마자 바람을 맞으며 하늘로 치솟는다. 그러자 얼레를 아이의 손에 넘기자마자 금방 함박웃음을 터진다. 순식간에 10여개의 연이 하늘을 덮었고, 아이들은 삼매경이 빠졌다. 때론 얼레에 실을 모두 풀어서 날렸는데 그 연이 나무에 걸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아이는 망연자실하며 더는 연을 날리지 못함을 속상해했다. 하지만, 이미 그런 상황을 대비하여 여분의 연 10개를 준비했다. 그래서 아빠가 다가와서 “혹시, 연이 더 없나요?”라고 쭈뼛쭈뼛 물을 때, 즉시 연을 주었다. 바람의 방향은 수시로 바뀌었지만 강한 바람이 지속되기에 연날리기에 최고의 날씨였다. 아이의 시선은 창공을 나는 연에 고정되며 무아지경에 빠졌다.

나무를자른후.png» 사진 권오진 제공.

1시 반쯤, 간식으로 컵라면으로 요기한 후에 칡 캐기에 돌입했다. 그곳은 칡을 캐기에 훌륭한 장소다. 원래 밭이었는데 오래도록 농사를 짓지 않아서 칡이 번성하여 밭을 점령했고, 그래서 쉽게 땅을 팔 수가 있다. 아빠들이 덩굴을 걷자마자 바로 칡이 보였다. 3개 조로 나누어서 합동으로 칡을 캘 수 있도록 했다. 호미와 괭이와 삽을 가지고 땅을 파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 가장 놀란 것은 흙을 팔 때마다 땅속에서 발견되는 애벌레들의 등장이다. 벌레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질렀고, 손바닥에 올려두고 서로 만져보기도 했다. 승현이는 아빠와 여름이 되면 장수풍뎅이 채집과 애벌레를 찾자고 약속을 했는데 여기서 애벌레를 보니 더욱 기뻐했다. 승현이는 집에 가지고 가서 아침, 저녁에 꺼내보겠다고 말했고, 이에 아빠는 마른 부엽토를 산에서 구했다.

칡캐기.png» 칡캐는 아이들. 사진 권오진 제공.

드디어, 여기저기서 칡을 캤다는 함성이 들린다. 아이들은 ‘심봤다’를 외쳤다. 여기서 아빠들에게 칡을 캐는 드라마를 사전에 알려주었는데, 90% 정도 캘 때 아이들이 모두 모여서 당기는 미션이다. 아빠들이 하나, 둘, 셋을 세었고, 동시에 칡이 뽑히면서 3~4명의 아이가 동시에 뒤로 벌렁 넘어지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의 동선을 계산하였기에 안전하게 넘어졌고, 모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깔깔깔 웃었다. 이어서 칡을 맛보는 시간이다. 태민 아빠는 칡을 캔 후에 칡을 잘라서 태민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랬더니 동시에 바로 뱉으면서 “아이 써, 아빠, 칡이 왜 이렇게 써요”라며 인상을 썼다. 이에 “처음에는 쓰지만 자꾸 씹으면 껌과 같이 단맛이 난단다”라고 말했다. 이제 칡을 캐본 아이들은 다시 연날리기한다. 그런데 2학년 연재는 나에게 다가와서 나무를 자르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름 10센티의 가지를 자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작년, 무인도 답사에 가서 10개 이상의 나무를 자른 경력이 있기에 지칠 법도 한데 쉬지 않고 나무를 잘랐다. 얼마나 힘이 들었던지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연재 아빠는 아들에게 수고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1학년 연재가 작년부터 나무를 자를 수 있게 톱을 사달라는 말을 했다며 자랑스러워한다. 한 가족 4명이 온 태성주아빠 가족은 엄마와 딸이 밭에서 냉이를 캐고 있다. 그런데 나중에 들은 소식이지만 냉이를 많이 캤는데 깜빡하고 집에 가지고 오지 못해서 섭섭했다고 한다.

삼겹살기와구이.png» 삼겹살 구이. 사진 권오진 제공.

3시 반이 되어서 본격적인 점심을 준비했는데 바로 삼겹살 구이다. 이때, 작년에도 칡 캐기에 참석한 4살 예린이가 과자를 들고 언니와 오빠들의 입에 넣어주었고, 동시에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받았다. 아빠들도 입을 벌려서 한 개씩 얻어먹었다. 고기는 불판과 기왓장 위에서도 구웠다. 고기는 수요공급의 원칙을 고려하여, 미리 초벌구이를 해왔기에 금방 구워졌다. 고기는 게눈 감추듯이 금방 사라졌다. 햇반은 도착하자마자 끓는 물에 넣어서 준비를 마쳤기에 따로 밥은 하지 않았다. 아빠들은 기왓장에서 고기를 구운 것을 보고 매우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기와는 재작년 옆 향교에서 공사할 때, 구해놓은 것으로 미리 손질을 해두었다. 경사가 완만하여 기름은 천천히 떨어지는데 고기가 떨어지지도 않았고, 은은하게 구워졌다. 몇몇 아이들은 고기 몇 점을 먹자마자 다시 연날리기한다. 그러나 바람이 잦아들면서 연날리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그러자 연을 들고 밭에서 뛰어다녔다. 이제 4시가 되어서 모든 행사의 종료를 알렸다. 마지막으로 불씨가 있는 통에 물을 부어서 불을 완전히 껐다. 전날, 기온이 낮기에 두꺼운 옷을 입고 오라고 문자를 보냈고, 모두 겨울옷을 입고 왔다. 하지만 4살, 6살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 예령 아빠는 아이들이 추웠다고 했으며, 그래도 25년 말에 칡을 캤다며 좋은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연날리기와 불장난이 가장 재미가 있다고 했고, 버들피리를 불면서 차로 향했다.

불장난 놀이.png» 불장난 하는 아이들. 사진 권오진 제공.연들이하늘덮다.png» 연 날리는 아이들. 사진 권오진 제공.

이날,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재미는 불장난이었다. 불을 피운 후에 아이들에게 나뭇가지를 가지고 오라고 했고, 가져온 가지를 불 속에 넣었다. 바람이 불기에 불씨가 붙은 나뭇가지 돌리기를 하지 못하게 했지만 가지를 불 속에 넣은 자체만으로도 즐거워했다. 유아와 초등학생에게 놀이의 4대 천왕이 있으니 바로 ‘물’과 ‘불’과 ‘모래’와 ‘눈’이다. 이것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도 저절로 놀이가 이루어지기에 아빠가 함께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불놀이다. 이 놀이는 아이들에게 화상을 입을 수가 있으며, 돌리기를 하다가 타인에게 다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뭇가지를 구해서 넣은 후에 불길이 공중으로 확 올라가고, 동시에 연기가 치솟으며, 때론 연기로 인하여 눈을 비비면서 불길을 보는 맛이란 바로 불놀이의 진수다. 또한 나무의 냄새가 옷에 배어서 집에 가면 금방 엄마들이 그 냄새를 알아챈다. 이날, 10가족이 23명이 참여했으며, 인천, 천안, 세종시, 부천, 안양 등에서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왔다. 참석한 가족들끼리는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늘 만나는 사이였기에 아이들도 금방 친하게 되었다. 그래서 칡 캐기나 식사나, 불장난도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바로 커뮤니티의 힘이다. 바람이 힘차게 부는 3월 마지막 날, 아이들은 자연과 함께하며, 자연을 즐기며 아빠와 반나절을 보냈다. 칡, 버들피리, 불장난, 땅파기, 애벌레 등 아이들에게 생생한 체험교육이었으며 평생 기억을 남을 감성 교육이었다.

칡캔후단체사진.jpg» 기념사진. 사진 권오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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