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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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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말고 날 좀 봐줘요, 왈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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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럭이는 다 알고 있다
정진 지음, 정혜원 그림
소담주니어·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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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찬이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무럭이가 수찬이 책상 밑에 똥을 쌌다. 멍청하고 괘씸한 녀석! 세탁소집 개 나라는 가게 안에선 절대 똥오줌을 안 싼다는데 무럭이는 어째 날이 갈수록 더하다. 초등학교 3학년 수찬이는 엄마에게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낸 뒤 다시 스마트폰 게임의 세계로 들어갔다. 뿅뿅뿅.

하지만 ‘영리한 강아지’ 무럭이의 본심은 따로 있다. 정말 좋아하는 ‘수찬이 형’의 스마트폰 중독을 끊어내겠다는 것. 수찬이는 무럭이를 처음 키울 때만 해도 무럭이가 아빠한테만 안겨도 질투할 정도로 무럭이를 예뻐했다. 하지만 요즘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자신을 봐주지 않는 수찬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무럭이는 일부러 수찬이가 제일 싫어하는 ‘당근 모양 똥’을 책상 밑에 싸놓았다.

<무럭이는 다 알고 있다>는 아기 때부터 부모가 던져 준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를 물고 빨고 핥으며 자란 요즘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에 ‘경고’ 딱지를 붙이는 동화다. 가족 간의 대화 단절, 유해한 전자파 문제, 스마트폰이 없으면 초조해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금단 증상’ 등을 강아지 무럭이를 화자로 내세워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큼지막한 글씨에 색색깔의 삽화가 아이들이 자연스레 내용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모바일 중독’이 비단 아이만의 책임일까. 책 속 수찬이네 가족은 온 가족이 스마트폰에 빠져 산다. 6학년인 누나 채연이의 휴대폰은 종일 ‘카톡, 카톡’ 하고 울려대고 엄마와 아빠는 스마트폰으로 각자 드라마와 야구 시청에 여념이 없다. 아빠의 생신날, 온 가족이 식탁에 모여도 서로 얼굴조차 바라보지 않는다. 설사 수찬이에게 스마트폰이 없었다고 해도 수찬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놀아 줄 가족은 한 명도 없는 셈이다.

‘영특한’ 강아지 무럭이가 온 가족의 스마트폰을 감춰 버리자 가족의 문제는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각자 방에 틀어박히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제 모두가 거실에 모여 텔레비전만 바라보고 있는 것.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 아이들 혼을 쏙 빼놓았던 것은 컴퓨터 게임이었고 가족의 대화를 방해하는 1등 공신은 텔레비전이었다. 스마트폰을 감추면 아이들은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고 컴퓨터 전원을 빼면 온 가족은 텔레비전 앞에 다소곳이 앉는 형국이다.

이 모든 게 다 기계 탓, 아이 탓일까.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시리즈인 이 책을 읽다 보면 의외로 부모의 가슴이 뜨끔할 수도 있겠다.

스마트폰을 쓸 수 없게 된 수찬이는 공연히 짜증을 부리다 무럭이 다리를 다치게 만든다. 크게 반성하고 겨우 스마트폰을 멀리하게 된 수찬이. 절뚝거리는 무럭이를 품에 안은 모습을 누나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찰칵 찍어준다. 네모난 프레임 속에서 활짝 웃는 둘을 보니 스마트폰도 영 ‘몹쓸 물건’은 아니다. 초등 저학년.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그림 소담주니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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