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조금씩 준비한 일이 있었다.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 몇몇이 모이게 되면, 소박한 바자회같은 걸 한번 열어보고 싶어 그동안 집에서 쓰고 남은 천이나 동네 엄마들에게 공짜로 얻은 천들을 잘 모아두었다가 틈나는 대로 홈메이드 가방을 하나씩 만들었다. 아주 가끔 생각날 때마다 했을 뿐인데도 1년 쯤 지나니, 여러 색깔과 디자인의 가방들이 서랍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다.
지난 연말, 베이비트리 송년회 때도 송년회에 함께 했던 아이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 보낼까 말까 망설이다가 시기를 놓쳤다. 일본에선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갈 때 꼭 필요한 가방들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것보다 더 세련되고 좋은 물건들이 많을텐데...좀 촌스럽고 어색해하진 않을까..'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홈패션 강좌 한번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혼자서 책보며 떠듬떠듬 익힌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내 실력으로 만든 가방을 내놓기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새해에 재일 베이비트리 회원이 좀 더 늘어나게 되면, 그때 소박한 바자회를 열어 함께 나누자 싶어 가방이 든 서랍을 다시 닫아 두었다.
도서관에서 책 빌려올 때 쓰면 어떨까 싶어, 이 정도 크기의 가방이 많은데 큰 그림책 사이즈에 맞춰 만들어 보았다. (사진 속에 <부엉이와 보름달>은 겨울 그림책의 지존이다. 강추!)
여자 아이들은 핸드백을 유용하게 쓸 것 같아 지퍼를 달아 이렇게 만들어 봤다. 포대기도 어색해서 안 쓰는 분위기라 그러는데 한국에서 이러고 다니면 촌스럽다 하진 않을지...
빈진향 님 사진전이 무척 보고 싶다. 글도 사진도, 우리가 숨쉬는 동시대의 기록을 잘 남기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걸 밀양의 사진들을 보면서 또 한번 느끼게 된다. 신년회를 먼저 제안해 주신 것도 감사하고, 든든한 인생 동료를 만난 것 같아 참 좋다. 이런 마음을 늘 글로 쓰고 끝내는 게 아쉬워서 부끄러움과 망설임을 무릅쓰고 가방들을 보냅니다. 진향님, 주소 알고 싶은데 .. 메일로 따로 한번 연락해요^^
신년회 많이 참석하셔서 좋은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베이비트리 여러분, 올 한 해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