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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안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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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안아주며 커가는 아기와 부모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140113_4.JPG» 그림 웅진닷컴 제공
안아줘!
제즈 앨버로 지음
웅진닷컴 펴냄(2000)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은 정말 놀랍다. 잠시만 엄마가 보이지 않아도 울음을 터뜨리던 꼬맹이가 돌이 지나자 혼자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아직은 조금 움직인 뒤 엄마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기척이 느껴지지 않으면 금세 불안해져 엄마를 찾아 나서지만 이제 자기만의 세계로 조금씩 발을 내딛는다.

아이가 지금 뭘 하는지 매 순간 신경 써야 하고 아이 울음소리라도 나면 당장 달려가야 하는 시기. 부모에게 괴롭지만 또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나란 존재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한 생명체, 내 존재를 반갑게 그리워하는 생명체를 만난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경험이다. 흔들리며 살아오던 생이 비로소 의미를 찾게 된다. 한없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부담 이상으로 자부심과 그에 따른 삶의 동력을 부모에게 전해준다.

제즈 앨버로의 <안아줘!>는 아가들과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그림은 따뜻하고 경쾌하다. 귀여운 동물들이 엄마와 아가로 짝을 지어 나오고 대사는 “안았네”, “안아줘”, “도도야”, “엄마” 고작 네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아기 원숭이 도도는 숲 속을 산책한다. 숲 속에는 여러 동물이 있다. 코끼리와 하마, 카멜레온과 새, 그리고 사자까지. 그런데 이 동물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 사랑을 표현하며 안고 있다. 숲을 걸으며 그들을 본 도도는 한마디 한다. “안았네.”

아이는 아직 엄마가 필요하다. 세상을 탐색하려면 엄마의 포옹이 필요하다. 그 포옹에서 기운을 얻어 다시 세상을 탐색할 수 있다. 엄마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은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도도도 이제 엄마가 그립다. 자기를 안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외친다. “안아줘.” 동물들은 모두 모여 안타깝게 도도를 쳐다보지만 안아줄 수는 없다. 도도는 눈물을 흘리며 “안아줘” 외친다. 그때 멀리서 엄마가 달려온다. 도도와 엄마는 너무나 절실한 목소리로 서로를 부른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다. 아이도 엄마가 보고 싶었고, 엄마 역시 아이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달려와 서로 안는다. 숲 속의 모든 동물들도 도도와 엄마의 포옹을 축하하고 응원한다. 이제 도도는 더는 외롭지 않다. 서글프지도 않다. 엄마만 있다면 마음은 금세 흐림에서 맑음이 된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도도가 있기에 행복하다.

140113_5.JPG»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이 그림책은 종종 마법을 일으킨다. 그림책을 읽으면 부모와 아이는 어느덧 서로 마주 본다. 그리고 서로를 부르며 부둥켜안게 된다. 체온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사랑의 눈빛을 나눈다. 그 시간이 좋아 부모도, 아이도 이 그림책을 읽고 싶어 한다. 하루 저녁에 대여섯 번을 읽고 그 두 배 정도는 서로를 끌어안은 다음에야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는 증언을 여러 부모에게 들었다. 그만큼 아이에게는 사랑이 필요하다. 부모가 필요하다. 자기를 안아주는 사람,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 그 품에서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실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기를 안아줄 사람이 가끔은 절실하다. 그래서 아이를 안으며 스스로 마음을 위안한다. 사랑을 주면서 사랑을 받는다. 인생의 빛나는 한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웅진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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