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살 돈 없는 민재의 상처
선생님은 영문 모른 채 야단만
말더듬이 친구 만나 서로 위안
우리는 걱정 친구야
김리라 글, 정문주 그림
웅진주니어·9000원
가난이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방법은 언제나 기상천외하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증명해 낸 다음에 먹는 ‘공짜 급식’ 정도가 무슨 창피냐고 일갈하는 이들의 감수성으로는 도무지 이해 못 하겠지만, 실로 다양한 기억이 아이의 가슴속에 ‘가난의 부끄러움’으로 새겨진다. <우리는 걱정 친구야>의 주인공 민재는 ‘부츠’ 때문에 그러하다. 새 운동화 살 돈이 없어 날이 따뜻해졌는데도 부츠를 신고 학교에 가야 했다.
하필이면 키까지 커서, 다들 남녀 짝으로 꼭두각시 연습을 하는데 민재는 도영이와 남자끼리 짝이 됐다. 말더듬이인데다가 성격도 좋지 않아 보이는 도영이라니, 싫다. 민재는 속이 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속상한 일은 율동을 하다 보면 바지가 자꾸 올라가 부츠가 보인다는 사실이다. 바지를 내리다 내리다, 팬티까지 내리고 만다.
날도 더운데 율동까지 하느라 부츠 속에는 땀이 찬다. 팬티를 내렸다며 도영이가 놀리기 시작해 얼굴도 벌게졌다. 식당을 하다 망한 뒤 어딘가로 일하러 떠난 아빠가 보고 싶다. 영문도 모르는 선생님은 영문을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민재에게 벌을 준다. “꼭두각시 연습하는 날에는 부츠 신고 오지 마, 알았어?” 가난이 상처가 되는 순간이다.
예전에 신던 운동화는 전부 작아졌고, 새 운동화를 살 돈이 없다. 엄마의 사정을 알기에 더 조를 순 없다. 엄마에게 선생님의 말을 전하니 이번에는 부츠 대신 샌들을 꺼내준다. 샌들은, 더 아니다. 민재는 아빠와 함께 보러 가곤 했던 나무에게 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너도 부츠가 창피하지?”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벌을 서다가 민재와 도영이는 ‘부츠’와 ‘말더듬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게 됐다. 그렇게 둘은 ‘걱정 친구’가 됐다. 아이들은 둘만의 걱정 신호를 만들고, 걱정을 나누며 힘을 얻었다. 신이 난 도영이는 노래한다. “민재는 부츠 걱정, 나는 말더듬이 걱정, 우리는 걱정 친구야. 우리는 걱정 친구야. 우리 둘이 있으면 걱정은 달아나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내 고민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주는 이가 단 한 명만 있어도 사람은 치유받는다”고 했다. 소설은 민재의 아버지가 돌아온다는 소식으로 기분 좋게 끝을 맺는다. 하지만 어른 독자라면 소설 밖, 가난에 상처받으면서도 ‘걱정 친구’조차 없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시작돼 부츠를 신은 듯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초등학생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웅진주니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