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아이템 ‘요금폭탄’ 분쟁 수만건
소송 피하려 미 연방거래위와 합의
애플이 어린이가 부모 몰래 앱을 통해 게임 아이템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방조한 책임을 지고 미국에서 관련 고객들에게 적어도 3250만달러(약 346억원)의 합의금을 내놓기로 했다고 15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쓰는 어린이가 시스템 허점을 이용해 부모 승낙없이 게임 아이템을 사서 요금 분쟁이 생긴 미국 내 사례만 해도 3만7000여건에 이른다.
불공정거래와 독과점을 규제하는 경제기구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애플이 합의 사실을 이날 공개했다. 애플은 3월 말까지 지불 과정에 고객 승인 절차를 더 강화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애플 전문 블로그인 나인투파이브맥(9to5mac.com)은 애플 최고경영자인 팀 쿡이 직원들에게 이런 사연을 소상하게 밝힌 편지를 공개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시판하기 시작한 지 1년여 뒤인 2008년 7월에 앱스토어의 문을 열었다. 2009년에는 앱 사용 중에 앱 내부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인앱결제(In-App Billing)를 도입했다. 게임회사들은 게임 앱을 앱스토어에 무료로 공개한 뒤 아이템 등을 인앱결제로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애플은 아이폰 등에 앱 구매나 인앱결제 차단 기능을 제공하고, 앱을 사거나 인앱결제 때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매번 입력해 구매 승인을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 차례 구매 승인을 하면 15분 동안은 인앱결제를 할 때 새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이 이런 틈새를 이용해 게임 아이템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일이 생겨났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는 일단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따로 설정을 하지 않을 경우 비밀번호 입력없이도 유료앱 구매나 인앱결제가 마구잡이로 가능해 폭탄요금 분쟁이 더 잦다.
팀 쿡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15분 규칙’은 앱 스토어 이용을 편하게 하려고 한 것이지만 어린 고객들이 부모 몰래 인앱결제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지난해부터 관련 분쟁을 제기한 고객에게 환불하고 있지만, 연방거래위원회가 이 사건에 개입했으므로 법적 분쟁을 피하려고 위원회와 이런 내용을 공식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한겨레신문 2014년 1년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