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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고쳐드려요”…부모 걱정 노린 ‘불안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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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5.JPG» 지난해 6월2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스마트폰 중독 예방을 위한 캠페인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끄기 스티커를 폰에 부착하고 ‘스마트폰 1-1-1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다. ‘스마트폰 1-1-1 캠페인’은 일주일에 한번, 한시간씩 스마트폰을 끄자는 제안이다. 뉴시스

정확한 의학적 정의 없는데도
1시간 6~7만원짜리 ‘두뇌운동’ 등
의료·교육업체들 발빠른 마케팅
공포 재생산하는 분위기도 원인
‘정상범위 일탈’과 ‘중독’ 구분돼야 

자녀들의 스마트폰 과다사용으로 인한 부모들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발빠르게 ‘불안산업’이 고개를 들고 있다.

 ‘뇌균형 운동 센터’를 내세운 밸런스브레인이라는 업체는 최근 사업 규모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변한의원이 2007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설립한 밸런스브레인은 현재 전국 14곳에 센터를 두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발달지연 등을 유발한다”며 운동과 신체 자극을 통해 좌우 균형이 깨진 뇌를 바로잡아 장애를 고치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3000명의 학부모를 끌어모았다고 소개한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대치센터 앞에서 관찰한 결과 1시간에 10여명의 학부모가 유치원부터 초등학생 자녀들을 데리고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센터 이용 비용은 적지 않다. 하루 1시간 운동치료를 받는 데 6만~7만원이다. 한달에 20회, 석달짜리 상품의 경우 300만원이다. 센터 앞에서 만난 한 30대 학부모는 “아이를 1년가량 보내고 있는데 운동을 시키기 때문에 증상이 호전되는 면은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내 아이에게 장애가 생겼다고 단언하는 건 좀 과하게 겁을 주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많이 써도 괜찮은 아이도 많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업체는 ‘국가 공인’을 받은 것처럼 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 누리집에 “국가 공인의 자격 등록에 의한 두뇌운동 전문 지도자”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조회한 결과, 이 업체에서 정부에 등록한 두뇌운동 전문지도자 자격증은 공인 자격증이 아니었다. 누구나 쉽게 등록하는 ‘비공인 민간자격증’은 현재 6680건에 이르지만, ‘국가 공인 민간자격증’은 국가자격증 수준의 발급체계를 갖춰야 해 현재 93건밖에 공인을 받지 못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비공인 민간자격증 소지자를 국가 공인 자격증 소지자라고 광고하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기원(한의사) 밸런스브레인 대표이사는 “국가 공인이라는 말은 국가에서 사단법인 허가를 내줬다는 뜻이다. 지금은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허가를 받기 위해 추진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밸런스브레인만이 아니라, “유대인 전통 대화식 교육으로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을 구제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교육업체 등 자녀들의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한 사업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정신의학계의 바람을 반영한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법안은 게임을 마약·알코올·도박과 함께 중독 유발 물질로 규정하고 정부가 관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는 지난해 11월 회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중독관리법을 통해 중독과 관련된 예방·연구·치료·교육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게임규제개혁공대위 위원)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국적으로 게임중독치료센터가 만들어지는 등 정신과 의사들에게 큰 이익이 된다. 정신의학계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차원에서 이 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관련해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고 이를 돈벌이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생겨나는 것은 사회 일각에서 디지털 기술에 대한 교육보다 공포를 확대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진행하는 디지털 교육 관련 사업은 대부분 디지털 기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통제 위주(<한겨레> 1월9일치 8면)다. “스마트폰은 마약”이라며 부작용을 부각시키는 한국정보화진흥원과 서울시 아이윌센터의 ‘인터넷 중독 예방 교육’은 올해부터 만 3살 이상 유아와 초중고생 모두 1년에 1차례씩 교육을 받도록 법제화됐다. 각 교육청에서 활용중인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기술적으로 통제하는 앱 ‘아이 스마트 키퍼’도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정부와 학부모단체 등이 디지털 기기의 부작용을 과장하기보다 긍정적 활용과 함께 부모와 학교의 대화와 관심을 촉진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중독은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기에 스마트폰을 과다사용하는 것은 일상생활에 장애가 오는 ‘중독’이 아닌, 정상적 범위의 일탈로서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정부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 현상을 실제보다 부풀리고 있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가 없는 대안의료 사업까지 나타나 학부모들을 기만하고 있다. 대부분 청소년들은 회복 탄력성이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과다사용하더라도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병리적으로 중독 현상을 보이는 소수 학생은 제대로 치료해주고, 일반 학생들에겐 건강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컴퓨터 쓰지 않는 실리콘밸리 학교 “창의력은 신체활동·인문학서 나와”

미 발도로프 학교 사례
‘사람 대 사람 교육’ 원칙 따라
12살까지 디지털기기 노출 피해
고교생 과정부터 프로그래밍 등
원리·체험 위주의 컴퓨터 교육

‘컴퓨터를 하지 않는 실리콘밸리 학교’디지털6.JPG» 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의 이정희 소장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2011년 10월22일 1면에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 디지털 기술 기업 종사자들이 디지털 기술과 거리를 둔 발도르프 학교에 자녀들을 보낸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이 학교 학부모의 4분의 3은 구글과 애플, 휼렛패커드(HP) 같은 디지털 기업 종사자라고 보도했다. 종이와 연필을 쓰고 바느질을 하지만 컴퓨터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 학교에 당시 구글 고위 간부의 자녀들이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디지털 시대의 대안교육으로 주목받는 발도르프 학교의 교육철학을 알아보기 위해 21일 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의 이정희(사진) 소장을 만났다.

이 소장은 “발도르프 학교에선 학생들을 만 12살 때까지 디지털 기기에 노출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발도르프 학교는 교육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지 사람과 기계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 학교에선 만 7살까지는 실제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신체활동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초등학생 때는 감성을 길러주기 위한 예술교육 등을 강조한다. 상상력을 중요시하는 발도르프 학교에선 유아용 장난감도 명확한 형태를 갖추지 않은 나무토막, 인형을 사용한다. 이 소장은 “스마트폰 같은 영상기기들은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빼앗고 뇌 활동을 저하시킨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유아를 디지털 기기에 노출시키도록 고안된 기업의 제품은 “아동 학대”를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또한 극단적으로 스마트폰이 가져올 수 있는 공포를 과장해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이를 치료해주겠다며 비싼 돈을 받는 ‘대체의학’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틱장애 같은 것은 속도가 너무 빠른 사회에서 살면서 신체활동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두뇌 균형성장 운동을 위해 한달에 100만원씩 내라는 서비스 상품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공차기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신 발도르프 학교에선 고1(12살)부턴 컴퓨터를 철저히 가르친다. 이때부터 대부분의 학생이 자립적 판단력을 갖춘다고 보기 때문이다. 컴퓨터 교육도 몸으로 경험하고,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고1 때는 손가락으로 타자를 치는 법을 배운다. 고2·고3 때는 컴퓨터 회로를 조립해보고, 프로그래밍을 해본다. 책읽기와 운동의 즐거움을 아는 학생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하더라도 중독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발도르프에선 학생들이 자신의 발달 과정에 맞게 디지털 기기를 접하게 한다. 디지털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창의력은 스마트폰을 일찍 사용해서가 아니라 신체활동과 인문학적 소양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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