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사진 자료
“친정엄마와의 약속된 육아 도움의 기간이 거의 막바지입니다. 새 학기부터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을 찾아내야 합니다. 열심히 정보 수집하고 있는데 좀 난감합니다. 이사한 지역의 현장 상황은 더 막막하네요. 인근 병설 유치원과 구립 어린이집에 대한 희망은 포기했고, 유아 놀이학교를 포함하여 사립 현장도 여기 저기 보고 있는데 역시 만만치 않네요. 몇 군데를 주목하고 있지만, 양질의 유아현장은 어떤 기준에 따라 선택해야하나요?"
"추천 받은 유치원을 찾아가서 상담해 보면, 대부분 원장님들이 “7차 유아교육과정의 수행”을 강조하시고, 어린이집에서는 “누리과정”과 “서울 형과 평가인증시설”을 언급하시던데, 이런 인증장치들이 교육과 보육을 질적으로 보장한다는 뜻인가요? 놀이학교에서는 정신없을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강조하시던데, 아이에게 정말 유익한 것인가요?"
"저는 초보맘인데가 워킹맘이라 실상에 대한 정보가 취약한 편입니다. 세계수준의 좋은 유아현장이 국내에도 있을까요? 선택과정에서 어떤 측면이 결정적인가요...?”
이런 종류의 질문은 단순한 정보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답변 역시 단순할 수 없습니다. 취학 전까지 영유아기의 성장 과정이 그 사람의 전 생애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교육학에서 뿐 아니라, 현대 심리학과 의학에서도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생후 7년간의 발달은 아이에게 결정적이지만, 현대 가정의 육아 여건들은 대부분 열악합니다. 즉, 맞벌이 부모로서 대부분 가족구성원이 단출하여 어린 아이들은 가족 밖의 도움을 받으며 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영유아의 보육/교육은 사회적 과제로써 국가 차원에서 질적 향상을 이루어 내야합니다.
이를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현재 “7차 유아교육과정 - 누리과정 - 표준보육과정 - 평가인증 - 서울 형”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표준화된 과정들의 도입과 통일된 지표에 의한 평가가 현장의 질을 얼마나 보장해 줄 수 있을까요?
영유아 현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려면, 한국식으로 표준화된 어떤 구조를 만들어 놓아서는 안 됩니다. 국가에서 정해놓은 틀에 따라 어린 아이들을 돌보며 교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훗날 세계시민으로서 활동하기 위한 역랑을 쌓으려면, 영유아를 돌보는 유아교육/보육 현장에서 우선시 되어야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아이의 건강한 발달의 근본 토대는 무엇보다 정서적 안정입니다.
만3세까지 주 양육자로서 엄마나 할머니의 품에서 관계 맺음을 이루며 자라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 행운이 되어버린 시대입니다. 혈연의 친족관계가 아니더라도, 현장 교사가 바뀌지 않고 지속적으로 아이를 돌봐주면, 교사는 “관계인물”로서 아이 내면에 가족의 손길만큼이나 안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은 충분한 움직임과 창의적인 놀이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특히 유아현장에서 자유로운 놀이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판타지를 촉진시킵니다. 나아가 놀이과정에서 아이의 사회성 발달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유아현장의 세계적 동향은 예비학교(!)의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또는 놀이학교에서 소위 “취학 능력”을 높이기 위해 - 쓰기, 읽기, 셈하기, 영어 등 - “취학 준비”를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유아기의 뇌 발달에서 무엇보다 창의적인 상상력과 판타지의 촉진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세계적인 교육 선진국, 미국과 유럽에서는 1960년대 시도한 유아기의 지적 교육을 효과 면에서 실패로 인정하고, 이미 1970년대부터 유아교육의 새로운 방향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그 이유는 만3세 시기에 읽기와 쓰기를 배운 아이들이 아동기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으로 어떻게 발달했는지 추적 연구를 마친 결과, 이들이 정서적 결핍과 창조적인 판타지의 영역에서 미흡한 발달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유아기 발달의 주요과제는 지적 부분이 아니라 창의성과 사회성의 발달입니다.1)
Q. 아이가 두 돌 막 지난 후, 저는 남편과 이혼했습니다. 친정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 혼자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네요. 아이가 곧 만3세가 됩니다. 어린이집에 보내고 제가 다시 직업을 가지려고 하는데, 아이가 잘 적응할지 불안하네요.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제가 취업을 꼭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요즘 고민은, 아빠의 빈자리를 생각해서 엄마라도 가정에 있어야하는지, 차라리 만6세 취학까지 기다렸다가 직업 활동을 시작해야 아이 정서에 좋은지 요즘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A. 발달심리학 분야의 최근 발표에서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아이 발달 사례가 학계의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즉, 키브츠 시스템에서 낮 동안 엄마들의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린 아이를 탁아소 등 돌봄 현장에 맡겨져 성장한 경우, 이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한 추적 연구입니다. 놀라운 것은, 아침에 엄마와 떨어질 때, 아이는 분명 아픔을 느끼지만 저녁에 규칙적으로 다시 만나는 기쁨이 아이에게 치유의 효과를 가져 왔다는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성장의 조건에서도 보호 받음이 적어서 일어나는 증세나 애정 결핍증 같은 정서 발달의 문제가 전혀 없이 자라났다는 실증입니다. 다시 말해 돌봄의 인물이 가능한 안정적으로 이어지면, 아이에게 부모의 빈자리는 충분히 보완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낮 동안에 잘 놀고 있을 것이라는 엄마의 확신과 신뢰감 역시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