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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뇌에서 아기의 뇌로
태아의 발달은 태뇌의 발달을 의미하며, 아기의 출생은 아기 뇌의 출생을 의미한다.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아기의 뇌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10개월간의 자궁내 시간은 태뇌를 위한 시간이다. 태아는 한정된 자궁 속에서 뇌만 집중적으로 발달시킨다. 모든 것을 골고루 발달시켜 성숙한 생명체로 태어나기에는 시간과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궁은 아기를 크게 키우는데 비좁으며 엄마 뱃속에서 자라는 기간도 1년이 채 안 된다. 임신 초기 태아의 모습을 초음파로 보면 뇌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자궁내에서 태뇌의 가장 큰 변화는 세 가지이다.
첫째, 뉴런의 수가 급속하게 늘어난다. 뉴런은 임신 15-20주에 급속하게 분열하여 숫자가 늘어난다. 이후 뉴런의 밀도는 출생 시 최고가 되며 생후 6개월이 지나면서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생후 1-2년까지는 큰 변화가 없다. 이 때 뉴런의 밀도는 성인의 1.5배가 되며 7세가 되면 어른의 1.1배 정도로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1000억개의 뉴런은 태아 때 거의 다 만들어진다.
둘째, 뉴런의 가지가 많아져서 시냅스가 증가한다. 뇌발달이 잘 이루어졌느냐 여부는 시냅스 형성에 달렸다. 대뇌피질의 시냅스는 임신 8.5주에 형성되기 시작해 임신 15주부터 다량 증가한다. 1개의 뉴런 당 시냅스의 숫자는 출생 시 1만 개 정도 되는데, 12개월이 되면 뉴런 1개당 10만개 정도의 시냅스가 형성되어 최고가 되며 이 때 시냅스의 밀도는 성인의 1.5배가 되며 7세가 되면 성인의 1.3배로 감소하고, 16-72세에는 거의 일정해진다.
셋째, 수초화로 신경전달 속도가 빨라진다. 수초화란 전선의 절연체 역할을 하는 플라스틱 껍질과 같은 것이다. 즉 지방 성분으로 이루어진 수초가 뉴런을 감싸게 되는데 이로 인하여 뉴런의 정보처리가 빨라진다. 또는 수초화는 뉴런이 서로 교차하는 곳에서 정보가 엉키는 현상을 방지해준다. 수초화는 임신 25주부터 생후 3년까지 주로 이루어지는데 아이의 뇌는 수초화로 인하여 수초화된 뇌 부위는 50-100배 정도로 속도가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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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받지 않은 시냅스는 가지치기 당한다
1960년대 루마니아에서는 차우세스쿠(Nicolae Ceausescu)가 집권을 한 독재정권 하에서 피임, 낙태 금지 조치와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고아원 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당시 고아원에서는 아이들의 숫자에 비해 돌봐주는 사람의 수가 터무니없이 부족해 아기들은 하루에 20시간 이상을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고 누구도 안아 주거나 웃어 주지 않았던 루마니아 고아원 아이들에 뇌영상검사가 시행되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변연계를 비롯한 두뇌 발달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이로 인하여 과잉행동 장애, 애착 장애 등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뇌 발달은 대부분 특별한 도움 없이 유전적 프로그램에 의하여 일어난다. 그러나 기억에 중요한 해마나 대뇌피질의 일부 영역은 평생에 걸쳐 경험에 의해 변형된다. 이러한 뇌 영역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언제나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게 해준다. 뇌는 감각 경험을 이용해 시냅스가 만들어지고 신경회로를 형성한다. 이 때 자극경험이 없는 시냅스는 잘려나가고, 아이의 개별 환경에 적합한 지각과 행동을 만들기 위한 시냅스는 강해지고 활성화된다. 불필요한 시냅스는 아이의 뇌발달 기간 내내 제거된다. 예를 들어 시각의 경우에는 시각을 담당하는 시냅스가 태어날 때부터 급격하게 증가해 생후 8개월에 최고가 되며 만 5세가 될 때까지 서서히 줄어들면서 시각이 성숙하게 된다. 사고를 담당하는 시냅스는 만 7세를 지날 때까지 높게 유지되며, 만 12세부터 줄어들기 시작하여 10대 중반이 되면 성인 수준에 다다른다.
뇌는 포도당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만 3세부터 8세까지 아이들의 뇌는 성인의 뇌보다 두 배나 되는 에너지를 사용한다. 몸무게가 20kg인 만 5세 아이의 경우 하루에 860Kcal의 영양섭취가 필요한데 이 칼로리의 절반이 뇌로 간다. 생후초기에는 촉각, 호흡, 운동을 담당하는 시상, 뇌간 소뇌 등 에너지를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생후 2개월이 되면 청각, 공간추론, 시각, 행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 기저핵에서 에너지 사용이 증가한다. 생후 6개월부터 12개월에는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전두엽의 에너지 사용이 증가한다. 이렇게 뇌는 만 4세까지 사용하는 에너지 양이 계속 증가한다. 에너지 사용은 만 9세 무렵이 되면 감소하기 시작해 십대 후반이 되면 성인의 사용량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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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하는 아기
아기들은 성인보다 쉽게 주의를 빼앗기지만 특정 정보만 선택해 집중할 수 있으며, 사람의 목소리나 얼굴, 움직이는 것을 주로 집중한다. 생후 30분부터는 사람의 얼굴, 생후 2일부터는 특정한 목소리, 생후 3개월부터는 검은 동그라미 무리 속의 빨간 동그라미와 같이 차이 나는 사물에 집중한다. 부모는 아주 일찍부터 아기의 주의를 유도할 수 있는데 4개월 아기는 어른의 시선을 따라가기 시작하며, 12개월 아기는 다른 사람이 가리키는 곳으로 주의를 돌릴 수 있다.
아기는 논리적이다. 한 연구에서 5개월 아기에게 비치는 천으로 차단막을 세워놓고 그 천을 통과해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여주었다. 그다음 차단막 뒤에 상자 모양의 장애물을 놔두자, 아기들은 그 장애물이 자동차를 멈추게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서 연구자들은 미리 바닥에 만들어둔 문을 열고 장애물을 감춘 뒤 자동차를 멈추지 않고 지나가게 했다. 그러자 아기들은 그 장애물이 단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서 차단막을 더욱 오래 바라봤다. 아기는 12개월 이전에 대상이 견고하거나, 연속적이거나 또는 영구적이지 않으면 더 오래 바라보는 것이다. 아기들은 경험을 통하여 원인과 결과를 파악한다. 아기는 돌 전에 부모가 배가 고파서 냉장고문을 여는 인과관계를 알아낸다. 아기는 수학자이기도 하다. 스펠키 박사의 의하면 아기들은 스무개와 열아홉개는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지만 스무 개와 서른 개, 또는 마흔 개와 같은 대략적인 큰 수를 구분해 낼 수 있다.
아기들은 주체를 인식한다. 6개월 아기는 어떤 사람이 두 물건 중 어느 한쪽으로 손을 뻗으면 그 사람이 그 물건을 원해서라는 사실을 알고 주목한다. 그러나 손 대신 막대기를 사용할 경우, 막대기는 의식 있는 주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손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이렇게 아기들은 자신의 뇌 발달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따라서 부모의 양육방식은 생각하는 것보다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아기의 발달에 사사건건 걱정하는 완벽한 부모보다는 아기와 잘 놀아주는 부모가 더 낫다. 놀이는 아기가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아기를 즐겁게 하기 때문이다.
첫째, 자기주도성을 키워주자.
한 연구에서 3개월 아기의 침대 위에 모빌을 매달고 리본으로 아기의 한쪽 발목에 연결해 놓았다. 아기가 발길질을 하면 모빌이 움직이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아기는 이 모빌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모빌보다 더 자주 쳐다보고 웃었으며 발길질도 더 많았다.
둘째, 호기심을 키워주어라.
아기들도 어른처럼 지루함을 느낀다. 아기는 잠깐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나서는 몸을 돌려 좀 더 흥미로운 것을 바라본다. 아기는 놀랄만한 것이 있을 때 좀 더 오래 바라본다.
셋째, 아기들은 태어날 때부터 따라쟁이이다.
아기들은 행동의 정확한 형태가 아닌 목표를 모방한다. 예를 들어 생후 14개월 된 아기가 어떤 사람이 불을 켜기 위하여 손을 수건으로 감싼 채 머리를 사용한다면, 아기는 그 사람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어서 머리를 사용한 거라고 짐작한다. 따라서 아기가 불을 켤 때에는 그 사람과는 달리하면서 머리가 아닌 손을 사용한다. 아기들은 이 목표모방을 통하여 타인과 사회적 유대를 맺고 의사소통을 배운다,
넷째, 청각학습을 강화하라.
청각의 시냅스 밀집도는 생후 3개월에 최고점에 이르기 때문에 영유아기에는 청각 학습이 뛰어나다. 이 시기에 경험한 무의식적이고 비형식적인 음악적 자극이 아이가 절대음감을 획득하는데 중요하다.
다섯째, 언어경험이 아기의 발달을 변화시킨다.
언어적 차이 때문에 한국아기들은 동사를 많이 사용하고, 미국 아기들은 명사를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미국 아기들은 범주의 개념을 더 빨리 배우기 시작하고, 한국 아기들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장난감을 내리려고 막대기를 더 일찍 사용한다.
여섯째, 트라우마는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폭행과 집단 따돌림, 신체 학대 등 여러 형태의 폭력을 당하면 DNA에 변화가 와서 해마에 있는 코르티솔 수용체가 조절기능을 잃어버려 기억력을 손상시킨다. 따라서 극심한 트라우마는 피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