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내 친구가 마녀래요
일레인 로블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문학과지성사(2000)
아이가 사회성이 부족해 걱정이라고 하면, 주위에서 이런저런 충고를 해준다. 먼저 엄마들하고 친해져야 아이들끼리도 친구가 된다, 운동을 잘하면 인기가 좋아진다, 교회나 학원처럼 또래 아이들이 많은 곳에 보내라 등 다양한 처방이 나온다. 하지만 아이는 저마다 다르니 만병통치약이 있을 리 없다. 핑계를 대자면 직장에 다니니 엄마들과 친해지기 어려웠고, 운동이라면 질색인 아이에게 억지로 농구를 시키다 모자 사이의 인연을 끊을 뻔했고, 아무리 그래도 아이 때문에 종교를 가질 수는 없다는 신념으로 버텼다.
만약 아이가 친구 사귀기를 힘들어한다면 일레인 로블 코닉스버그의 <내 친구가 마녀래요>를 권한다. 미국 뉴욕 근처의 매킨리 초등학교 5학년으로 전학 온 엘리자베스가 제니퍼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담은 동화다. 친구란 어떻게 생기는지, 친구와 어떻게 특별하게 노는지, 우정에는 아픔도 따른다는 사실까지, 한마디로 친구 되기의 전 과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학을 온 엘리자베스는 친구를 쉽게 사귀지 못하고, 혼자 숲 속 뒷길을 걸어 학교에 간다. 한데 거기서 이상한 여자아이 제니퍼를 만난다. 제니퍼는 자기를 마녀라고 소개하고 엘리자베스에게 마녀 견습생이 될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 곧 두 소녀는 특별한 의식 아래 비밀 맹세를 하고 이상한 수련에 돌입한다. 마녀 수업을 받으며 “학교를 오가는 일이 하나의 모험”으로 바뀌었고, 가기 싫은 학교가 아니라 모험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옷을 입는 것마저도 설레”는 나날이 펼쳐졌다. 또 뭐든 제니퍼를 따라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친하게 지내다 보면 어느 정도 동일화 과정이 나타나는데 엘리자베스 역시 그랬다. 함께 도서관에도 가고, 제니퍼를 흉내 내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편식이 심하고 까다롭고 따지는 게 많은 외동아이 엘리자베스는 엄마가 딴사람이 되었다고 느낄 만큼 질적인 변화를 겪는다. 물론 둘 사이에는 갈등도 찾아온다. 언제까지 마녀와 마녀 견습생으로 지낼 수는 없는 일, 마법이 아닌 일상에서 서로 본모습을 인정하는 진짜 친구가 될 시간이 두 사람을 기다린다.
아이가 친구가 없다는 걸 알면 엄마들은 부랴부랴 뭔가를 해보려 애를 쓴다. 억지로 인기 좋은 아이랑 붙여주려고 하고, 축구 클럽 같은 곳에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친구를 찾지 못하는 게 아니라 실은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평생토록 지신을 이해해 줄, 믿을 만한 사람과 연결되어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토록 간절히 친구를 원하는 거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아닌 척하지만 실은 이런 사람을 찾고 있다. 마녀 흉내를 내며 또래 아이들에게 관심 없는 척하는 제니퍼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인기 좋은 친구가 아니라 나를 믿고 이해해줄 친구이며, 제니퍼처럼 내면에 보석을 숨기고 있는 아이란 늘 있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보자.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