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규 지음, 강우근 그림
철수와영희·1만3000원
이 책은 ‘우리말이나 국어학에 밝은 어른 한 사람이 온갖 지식과 정보를 그러모아서 착착착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어른뿐 아니라 이제 막 우리말을 하나둘 배우는 어린이들도 함께 우리말 뿌리와 결과 너비를 살피자는 책’이라 한다. <보리 초등 국어사전>을 기획하고 국립국어원 한글문화학교 강사를 했던 ‘우리말 지킴이’ 최종규씨의 책이다.
풀, 꽃, 해, 바람…. 지은이는 이렇게 숲과 관련한 말들이 얼마나 오래되고 깊으며 너른 말이겠냐며 함께 즐기자고 한다. 그는 책에서 꽃처럼 피어난 말, 나무답게 우거진 말, 몸으로 느끼는 말, 바다만큼 드넓은 말, 밥을 먹듯 쓰는 말, 불씨로 타오르는 말, 옷자락에 깃든 말, 일하며 웃음 짓는 말, 풀벌레 노래하는 말들 사이를 마음껏 자맥질한다.
“몸을 움직이기에 몸짓이고, 몸을 놀리기에 몸놀림입니다.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데구르르 굴러요. 옷이 좀 더러워져도 돼요. 옷은 빨면 되고, 몸은 씻으면 돼요.” 책은 한 단어 한 단어의 뜻과 어원을 밝히기보다는 그 말의 느낌, 숨결, 냄새를 담으려고 한다. 책 말미에 어른들을 위해 우리말 단어들의 뜻도 따로 모아 정리해두었다. 하지만 그보다 본문의 글들을 입으로 소리내어 읽으며 숲 냄새가 나는 우리말 자체의 맛에 빠지는 것이 이 책을 더 제대로 즐기는 법이다.
임지선 기자, 그림 철수와영희 제공
(한겨레 신문 2014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