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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12일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습니다. 이런 특별법 자체가 지극히 한국적 교육열을 대변해 줍니다. 영어와 수학 과목을 위해 86% 이상의 중고생들이 학원에 다니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학부모층은 사교육비에 시달리면서도 이런 규제에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금지법이 과연 실효성을 지닐까요?"
"그래 맞아! 대선 공약이었고 비용 발생이 안 되는 것이니... 그런데 이런 법적 장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의문이네요. "
중고생들 학부모가 선행교육 규제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유아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국가에서 제시하는 `누리 과정'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누리과정 운영이 하루 5시간으로 의무화된다고 하네요!”
"큰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7차 유아교육과정 때문에 은근히 문자교육과 학습지에 시달리는 것 같았어요. 영어도 하고, 방과 후 특성화활동도 많았어요. 그래서 둘째는 학습에 비중을 많이 두지 않는 어린이집을 선택했는데, 서서히 유치원 생활과 비슷해지고 있어서 실망입니다. 결국 취학 전에 누리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문자와 수 개념 등 이것저것을 준비시키는 것이죠. 물론 이것을 원하는 학부모들도 많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거든요."
어린 자녀를 위해 나름대로 고민하는 부모들은 지금까지 '현실적 절충안'을 선택해 왔습니다. 즉 어릴 때는 잘 놀아야하니까, 보육에 역점을 둔 어린이집을 보내다가, 만 5살이 되면 학교 준비를 위해 유치원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속사정은 유치원에서 당연히 교육에 비중을 두어 취학 준비를 '자연스럽게'시켜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많은 현장에서 단계별 학습지를 통해 글자와 수 개념을 깨우치는데 힘쓰고, 영어 준비까지 어느 정도 채워주니까 안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국가 수준의 누리과정” 도입이후 영유아 보육/교육현장에 기이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과정이 동일하다고 여기는 학부모들이 만5살 자녀를 구태여 번거롭게 유치원으로 이동시키려 시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사립 유치원은 보육 현장과의 “차별화”를 위해 더 많은 프로그램을 추가로 제공한다고 합니다. 방과 후에 누리과정을 넘어선 특별 학습지 뿐 아니라 평균 5개 이상 예체능 프로그램을 아이들에게 제공한다고 하는군요. 물론 병설/단설 유치원에서는 활동 중심에 역점을 두는 경우도 많지만 사립 유치원에서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맞추어 학교 갈 준비를 더 철저하게 시켜주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이유에서 어린이집 현장 역시 표준화된 누리과정 이외에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면서, 유치원과 동일함을 부각시키는 곳도 많아졌습니다. 이와 같은 특별 활동비는 공인된 사교육비입니다. 다시 말해 이래저래 우리 아이들은 유아기부터 선행 교육의 분위기에 놓여있는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통일화된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차별 없이 '정책적으로'유아 복지를 실천한다는 취지이지만, 자녀교육 방법이 선택의 여지없이 ‘표준화’되어가고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더욱이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런 발달의 '성숙'을 존중받기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구분 없이 “취학준비”를 더 체계적으로 제공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가 수준’에 따른 누리교육은 ‘세계 수준’의 유아교육을 향해 확장되어야 합니다. 누리과정이 국가 통제를 받으며 시행되기보다 유아 현장을 위한 하나의 제시여야 합니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각 현장에서 각 상황에 따른 자율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저마다 다른 아이들의 성장 발달을 위해 더 유익하지 않을까요?
Q. 올해 큰 아이가 2학년이 되었습니다. 지훈이는 글씨와 수를 전혀 모르는 채 입학했습니다. 작년을 돌아보니 큰 사고 없이 학교에 적응한 것이 고마운 일입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아이를 그대로 받아주셨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글씨를 늦게 배워서인지 아이가 요즘 책에 너무 빠져있어서 걱정입니다. 그대로 허용해도 좋을까요? 아님 운동이라도 시켜야하나요?
A.한국 상황에서 이런 자녀교육관을 끝까지 관철하기에 쉽지 않은데, 성공 사례이군요. 대부분 학부모들은 취학 전에 적어도 글자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지적 능력에서 "성숙의 때"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학교 준비를 너무 잘 시켜주면 오히려 그런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수업 참여도, 동기 유발 능력이 부족하여 산만한 학습 태도를 보이기 쉽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보고입니다.
지훈이는 학교에 들어가서 스스로 문자를 터득하였으니 책 읽는 재미 역시 이제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독서에 몰두하는 것이니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물론 아이 발달에 충분한 움직임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운동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적어도 주말에는 규칙적인 가족 산책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