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느 순간 ‘수는 끝이 있나요, 없나요?’라는 질문을 갖는다. 그러다가 수는 계속해서 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도 가장 큰 것을 말하고 싶을 때는 ‘무한’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나는 너보다 무한 개 더 많거든.”
“그럼, 나는 너보다 무한하고도 무한 개 더 많거든.”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 말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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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수를 세기 위해서는 ‘십’, ‘백’, ‘천’, ‘만’ 등의 수의 단위를 알고 적절히 쓸 줄 알아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백 단위의 수를 헤아리는 것일 게다.
할머니가 사 주신 구슬이 잔뜩 쌓였다. 아이가 구슬을 센다.
“일, 이, 삼, 사, 오…”
‘삼십구’까지 잘 세었다. 수 세기가 제법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수 ‘오십’! 아이는 ‘사십’을 놓친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연이어 센다.
“오십일, 오십이,…”
‘일, 이, 삼, …, 칠, 팔, 구’는 일정한 순서대로 잘 등장하는데, ‘몇십’이 뒤죽박죽이다. 그래도 씩씩하게 센다. 한참 헤아리더니, 세 자리 수까지 등장한다. 그런데 '칠십백, 팔십백, 구십백' 이라고 헤아린다. (4년 11개월)
칠, 팔, 구는 순서대로 이지만, 수의 단위인 ‘십’과 ‘백’은 순서가 바뀌었다. 비록 순서가 바뀌고 뒤죽박죽이지만, 대단한 발전이다. 수의 단위로 ‘십’과 ‘백’을 섞어 사용하다니! ‘몇백몇십’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히 만난 대학생 형에게 자랑한다.
“나는 백까지 셀 수 있다!”
그 형이 세어보라고 하자, “일, 이, 삼, 사, 오, 육…”하고 잘 헤아린다.
삼십을 넘어가자, 뒤죽박죽이 된다. 오십, 오십일, 오십이, 삼십일, 삼십구 등등.
그러다가 “백” 하더니, “백십, 백이십, 백삼십, 백사십, 백육십” 까지 센다. 이어서 대학생 형에게 자랑스레 “형, 난 백육십까지 셀
자신이 마지막으로 말한 수가 ‘백육십’이니, 자신은 ‘백육십’까지 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니, 예전에 큰아이가 우스개소리로 했던 말이 기억난다. 큰아이가 자신의 손가락 각각에 ‘동, 해, 물, 과, 백’이라고 대응시킨다. 마지막 손가락에 ‘백’이 대응되었으니, 자신의 손가락은 ‘백 개’라며 활짝 웃던 기억. 하여튼, 아이가 ‘백몇십’을 시도하였고 아직 ‘백몇십몇’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아이가 혼자 수를 센다.
“일, 이, 삼, 사, …구, 십, 십일, 십이, …”
어디까지 세나 귀를 열고 들어본다.
“이십팔, 이십구” 그런데 갑자기 ‘백십일’로 뛰었다.
“백십일, 백십삼, …, 백십구” 이어서 “백일, 백이, 백삼, …, 백구” 웬일인지 세기를 멈춘다.
‘백십몇’ 다음에 ‘백몇’을 말하고 있어 크기 순서가 뒤바뀌긴 하였지만, 아이가 ‘백십몇’을 시도하였다. 앞으로 세 자리 수를 세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할 것이다. 아이에게 “어떻게 (세 자리 수를) 그렇게 셀 줄 알게 되었냐?“고 물었다. 물으면서도 기대하는 바는 없었다. 아이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능력이 아직 없을 것이기에. 아이에게서 돌아온 답,
”그건 비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