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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농부학교 연중 체험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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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농부들 “텃밭에 튼 싹 신기해요”

고사리손으로 상추·허브 등 키워
햄버거 대신 부침개 직접 요리도
지켜본 부모들 “자연 선물한 기분”

황톳빛 땅위로 푸른 싹이 돋았다. “지난달에 갈색 상추씨를 심었는데, 초록색 싹이 났어요. 작은 씨 안에 이런 것들이 숨어있나? 진짜 신기해요.” 경기 파주 와동초등학교 1학년 이승혁(7)군이 제 엄지손가락 만하게 자란 상추를 들여다보며 말했다.20130506_08.jpg» 사진 어린농부학교 제공

어린이날인 5일 오전 10시, 경기 파주시 동패동 심학산자락 ‘어린농부학교’ 텃밭으로 6~11살 아이들 서른명이 모여들었다. 봄채소를 심고 지난달 직접 뿌린 상추와 고추 등을 돌보기 위해서다. 오전의 고요하던 텃밭이 돋아나는 생명들과 재잘거리는 아이들로 이내 경쾌해졌다.

아이들은 땅콩과 옥수수 씨앗을 뿌리고, 고추·가지·토마토 모종을 심었다. 텃밭지도사들은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만 도와줄 뿐 삽질·호미질 등 모든 일을 아이들 스스로 하게끔 내버려뒀다. 학부모들도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현장을 찾지 않았다. 어린농부학교의 신동섭 팀장은 “아이들이 텃밭을 돌보는 데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은 아이들은 텃밭과 산에서 쑥과 허브 등을 직접 캐 부침개를 부쳐먹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기르고 딴 채소로 음식을 해먹는 것을 즐거워했다. 윤다현(8)양은 “부침개에서 아까 내가 캔 박하랑 쑥 향기가 난다”며 연신 젓가락을 움직였다.

이 텃밭은 아이들에게 작은 풀 한포기까지도 또렷한 땅이다. 진주현(9)군은 몸을 숙여 새싹의 향기를 맡아가며 냉이·허브·파 등의 식물을 구분해냈다. “이게 냉이에요. 엄마가 집에서 국을 끓여주는 식물이에요.” 진군은 작은 풀 한포기를 가져와 뿌리 향기를 맡아보라고 한 뒤 신나게 이야기했다.

이 행사는 파주도시농부학교와 파주도시농업교육원이 마련한 체험프로그램이다. 어린농부학교의 이현숙 대표는 “‘어린이날이면 놀이동산에 가고, 자주 치킨·피자 등을 먹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 스스로가 흙을 만지고 식물을 기른다면 건강한 식생활을 터득할 수 있고 먹거리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아이와 함께 텃밭을 찾은 서은주(37)씨는 “아이들이 직접 채소 등을 기르면서 자신들이 먹는 먹거리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는 것 같다. 자연을 선물해 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1회성 체험행사에 그치지 않고 12월까지 이어진다. 아이들은 계절과 기후에 따라 토마토, 콩, 옥수수, 감자, 열무, 상추, 당근, 고추, 박하, 청경채 등의 채소를 직접 심고 가꾸고 수확하게 된다.

“어린이날에 놀이동산에 가면 사람이 많아서 오래 기다려야만 했어요. 갔다가 집에 오면 항상 밤이었고요. 그것보다는 흙놀이도 하고 직접 채소도 심고 음식을 해먹으니 좋아요. 남은 채소는 집에 가져가서 엄마한테 음식해 줄 거예요.” 이채은(10)양이 웃으며 말했다. 삶과 배움이 어우러지는 터전에서 아이들의 신명은 온 들판에 닿고 있었다.

파주/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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